[김준형의 재계 마당발]환율만 바라봐선 안된다

입력 2013-03-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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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들은 눈뜨면 환율 이야기다. ‘원고-엔저’에 대한 위기감은 이제 공포에 가깝다. 국내 대표 기업 대부분이 수출에 의존하고, 환율정책 역시 기업경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환율정책은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인위적 조절이 어렵고 명분도 부족하다.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변동성에 미세조정 정도가 가능할 뿐이다. 아직 명확한 환율정책을 내세울만큼 국가경쟁력을 키우지도 못했다. 그나마 1990년대 말 IMF 이후 외환보유고를 늘려 대외 영향력을 크게 줄였다는 것이 작은 성과다.

환율에 대한 대외영향력을 줄이는 과정에서 추진한 게 자국산업보호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환율보호 정책이 꾸준히 이어졌고 수출기업 대부분 큰 성장세를 기록했다. 여전히 보수적인 시장상황 뒤에서 암암리에 외국자본에 대한 배타적인 정책도 추진했다. 2008 리먼쇼크 이후 국내 기업의 급성장 뒤에는 환율 특혜가 존재하기도 한다.

물론 기업들도 안주하지 않았다. 제품 경쟁력을 키우고 수출 시장도 확대했다. 동시에 환율로 인한 쇼크를 막기 위해 해외 생산시설도 늘렸다.

그런데도 이 모양이다.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드는 기업들은 앞 다퉈 최근 저성장의 원흉을 원고-엔저로 꼽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우리나라는 올해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는 연구결과도 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계의 위기감이 감돈 움직임을 놓고 새 정부의 환율정책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과민반응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그러나 틀린 말 만은 아니다. 최근 원고와 엔저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수출경쟁력은 분명 약화되고 있다. 아베노믹스를 시작으로 한 글로벌 환율전쟁도 본격적인 물살을 탔다.

국내 기업 대부분은 수출 비중이 높고, 일본과 치열한 경쟁구도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과 불확실성도 커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쯤되면 기업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지난 정부의 지속적인 환율정책 덕에 급성장을 이루는 동안 환율에 대한 자생력, 대일 경쟁력은 얼마나 키웠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전기·전자와 자동차 등 우리 수출 주력상품은 환율전략이 성패를 좌우한다. 현대차는 신차 출시시점의 환율 전망치에 맞춰 원가를 비롯한 가격정책을 수립하기도 한다.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시점에 대한 환율전략을 잘못 잡았던지, 아니면 기본적인 경쟁력 확보에는 등한시한 것은 아닌지 이제 자문해야할 때다.

각 국의 환율정책은 선진국 양적완화의 결과다. 양적완화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경기부양 정책이다. 결국 글로벌 수요가 회복된다면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지난 5년 간 환율특혜를 누린 우리 기업은 이제 고작 원고-엔저를 겪은지 몇 달 밖에 안됐다.

원고가 극심했던 2007년은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수준이었다. 물론 엔저도 있었다. 당시 100 엔당 850원이라는 환율은 지금보다 더 심각했다. 그랬던 당시도 이겨냈던 우리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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