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상장사의 상근감사 조항의 최대 취지는 독립성이다. 상법의 상장사 특례에 명시된 상근감사 조건을 보면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집행임원과 피용자 또는 최근 2년 이내에 회사의 상무에 종사한 이사·집행임원 및 피용자는 자격이 없다. 또 계열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ㆍ집행임원과 피용자도 상근감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상법 때문에 웃지 못할 편법적인 상근감사 선임이 일어나고 있다. 상법은 기업이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임원을 일반 계열사의 상근감사가 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이는 상법의 애매한 조항 때문이다. 상법은 재단을 계열사로 보지 않는다. 비영리 법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룹의 실질적인 임원이지만 재단에서 근무하고 있으면 일반 계열사의 상근감사로 선임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비영리 재단을 가지고 있는 그룹이라면 법망을 피해가면서 거수기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수관계인을 상근감사로 쉽게 둘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기업의 총수 또는 총수가 지배하는 비영리법인·단체, 계열회사의 사용인을 특수관계인으로 명시하고 있다.
실제 모 그룹 A기업은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상근감사를 신규로 선임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신규 상근감사 후보는 기업이 설립한 B재단의 사무총장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상근감사 선임안이 통과되면 모기업의 상근감사와 재단의 사무총장직을 겸임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선임예정인 상근감사의 독립성에 대해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재단 사무총장은 분명 A기업의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상장사협의회 등은 상법에 비영리 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특수관계인을 상근감사에 선임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독립성을 훼손하는 선임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기업들이 상법상 상근감사 제도의 취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불법이 아니면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근감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독립성이 크게 흔들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상법이 거수기 역할을 하는 상근감사를 선임할 수 있는 제도적인 근거를 마련해주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상법은 기업활동의 가장 기본적이고 합리적인 신호등이다. 상법은 기업들의 편법적인 갓길 통행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법무부는 늦게 나마 상근감사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서둘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