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제품 허와 실]'천연 조미료' 라지만…진짜 천연 맞을까

입력 2013-03-0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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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MSG 논란… 향미증진제 사용 수두룩

▲인공화학조미료의 일종인 MSG는 일부 시민단체에서 먹으면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해 최근 착한식당 등 선정에 MSG를 뺀 식당이 기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식품업계는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미원을 고르고 있는 전경.

보통 인공화학조미료인 MSG(글루탐산나트륨)만 빼면 천연 조미료를 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MSG 무첨가’는 조미료의 대명사인 MSG, 즉 L-글루탐산나트륨만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뜻일 뿐 인공조미료 사용 여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탓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내 가공식품에서 MSG 외에도 비슷한 아미노산 계통의 다양한 조미료들이 향미증진제라는 이름을 달고 쓰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향미증진제는 MSG처럼 식품의 풍미를 돋우기 위해 쓰이는 조미료의 역할을 하는 식품첨가물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실제로 국내 한 식품 대기업은 홈페이지에서 제품 안전과 관련, “국내에서 만드는 모든 제품은 MSG를 첨가하지 않고 있으며 고객의 건강을 위해 버섯 등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소재로 맛을 내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이 회사의 주력 제품들에는 MSG와 같은 향미증진제의 일종인 ‘5-리보뉴클레오티드이나트륨’을 쓴다고 명시했다. 천연 마케팅의 실상을 절실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다른 아미노산계 향미증진제를 사용하면서도 ‘MSG 무첨가’를 강조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이런 행태가 사라지도록 식약청이 명확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국내 소비자단체가 MSG에 대한 유해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소비자를 호도하는 천연 마케팅을 남발한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단체가 “MSG를 많이 먹으면 신경조직에 흡수돼 세포막을 파괴하고 두통 구토 메스꺼움 혀마비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오래 축적될 경우 암(癌)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하는 등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단체가 MSG를 독극물 수준으로 표현하면서 같은 향미증진제 계열을 사용한 제품만 늘어나게 됐다”며 “식품업체로서는 제품 개발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소비자에게 다 전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MSG를 두고 유해하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다수여서 천연 마케팅의 허상을 보여주고 있다.

류미라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MSG는 과학적으로도 존재하는 천연 재료 중에 하나다. MSG는 음식에서 맛있는 맛을 내는 맛 중의 하나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독약처럼 취급하고 있어 억울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너무 한 쪽으로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MSG는 된장 간장 고추장 우리나라 발효식품에 다 들어가 있다. 소금으로 간을 보는 것보다 천연재료로 간을 보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조리학과 교수도 “오히려 한국에서만 MSG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유독 편파적이다. 소비자도 유난히 민감하게 생각한다. 이러다 보니 식품업체도 꺼려한다. 문제는 사용하는 MSG 양이다. 어떤 요리든지 MSG를 적절히 사용하면 여러모로 효과적인 재료”라며 “사용하는 적정량을 잘 지킨다면 해가 되는 물질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MSG 무첨가 라면이나 냉면 한 끼분의 나트륨 함량은 거의 1일 권장섭취량과 맞먹는다. 전문가들은 MSG를 사용하면 소량 사용에도 감칠맛이 나기 때문에 소금이나 설탕의 사용량을 줄일 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천연 마케팅은 소비자가 건강한 식재료를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식재료의 질에 따라 맛이 다른 탓이다. 외식 매장에서 MSG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그 차이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화학조미료의 가장 큰 해악은 식재료의 질을 숨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최하의 재료든, 최고급 재료든 맛을 다 비슷하게 만든다. 제대로 맛을 낸 육수와 싸구려 화학조미료 한 숟가락으로 맛을 낸 육수를 소비자들은 구별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용어설명

◇MSG=MSG의 정식 명칭은‘L-글루타민산나트륨’으로 필수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글루탐산과 나트륨으로 구성돼 있다. 글루탐산이란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가지 아미노산 중의 한가지로 우리 주변 자연식품에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는 성분이다.

약 100년 전 일본의 이케다 기쿠니에 박사가 천연 재료인 다시마에서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을 추출하는 데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사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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