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최연소 팀장 올라 10년째…최상위권 성적 내는 '펀드베테랑'
1997년 국제통화기금 사태 때 그는 증권사 국제부에서 역외펀드와 해외 전환사채 등을 담당했다. 회사 전체 손실 600억원 중에서 국제부에서만 200억원 손실이 났다. 팀은 흩어지고 혼자 청산작업을 맡았다. 1998년 끝났으니 청산에만 1년이 걸린 셈이다.
이성민 한국투자신탁운용 퀀트운용팀장은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세계 시장 동향과 선진금융기법을 깊이 있게 알아야 IMF와 같은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당시 처음으로 개인에게 문이 열린 카이스트 금융공학 MBA에 입학한 이유다.
그러나 정작 그는 “플러스알파(+α)보다는 위험관리에 더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이 설명하는 운용의 핵심은 세 단계다. 어디서 수익을 낼 것인가, 어떤 주식을 고를까를 고민하는 것이 첫 번째다. 다음으로는 좋은 주식들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 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의 문제다. 그가 강조하는 마지막 세 번째는 위험관리다. 포트폴리오 중 하나의 주식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계획까지 철저히 준비한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과정을 ‘숫자’로 생각한다.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해 주식과 주식 사이의 상관관계를 시뮬레이션하는 것. 상승 여력이 높지만 변동성이 큰 A 종목과, 상승 여력과 변동성이 모두 작은 B 종목이 있을 때 이 두 종목의 최적 조합을 찾기 위해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결국 리스크가 같을 때 수익을 높이고, 수익이 같다면 리스크를 낮추는 ‘효율적 투자’를 위해 퀀트(Quants) 전략을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퀀트라는 하나의 눈을 더 갖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운용전략이 극단적인 펀드는 베팅이 안 맞을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수익률을 복구하기 어렵다”며 “사전적으로 추적오차를 정하고 위험관리에 집중하기 때문에 퀀트전략을 사용한 펀드는 성과가 아주 나쁘게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 모든 과정은 우리 팀의 ‘천재소년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기초자산에 대한 내공도 기본”이라고 답했다. 그는“숫자에만 함몰되면 현실세계를 잘 보지 않게 된다”며 “늘 균형감각을 갖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한 자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도 펀드를 선택하기 전에 정보비율(information ratio)을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포트폴리오의 초과수익률을 추적오차(tracking error)로 나눈 IR를 통해 단순히 수익률을 넘어, 수익을 내기 위해 부담한 리스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IR이 높은 펀드일수록 리스크 관점에서 더욱 효율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 혹시 벤치마크가 없는 펀드의 경우에는 무위험 이자율 대비 초과수익률을 표쥰편차로 나눈 샤프비율(sharpe ratio)이라도 반드시 확인해 리스크를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눈속임(window dressing) 뒤에 있는 진짜 수익률을 보고 펀드를 골라야 한다”며 “수익뿐 아니라 변동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