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시대 10대 과제] 남방주말 언론 자유 신호탄… "검열 반대" 파업에 정부 이틀만에 백기

입력 2013-02-0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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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남방주말 사옥 밖에서 지난 달 10일(현지시간) 남방주말 편집기자들의 검열저항을 지지하는 한 대학생이 가이 포크스 마스크를 쓴 채 전 주에 발행된 남방주말 신문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광저우/AP연합뉴스)

중국에서는 최근 광둥성 광저우의 개혁 성향 주간지 남방주말 파업사태를 계기로 언론 자유화에 대한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올초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남방주말 사건의 발단은 광둥성 선전부가 지난 1월 3일자 신년특집 기사를 일방적으로 수정 및 삭제하면서 시작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진보성향 매체인 남방주말은 애초 ‘중국의 꿈은 헌정의 꿈’이란 제목으로 ‘새해에는 헌법의 뿌리가 내려지길 기대한다’라는 내용의 신년 사설을 내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전부가 ‘우리는 어느 때보다 꿈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라는 제목의 시진핑 중국 총서기 찬양 글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과도한 검열에 반발한 남방주말 전·현직 기자 80여명은 “지난해 1034건의 기사가 정부 당국에 의해 삭제되거나 수정됐다”고 폭로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남방주말의 언론 검열 사건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고, 남방주말 사옥 앞에는 기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잇따랐다.

사태가 커질 것을 우려한 선전부는 사전 검열을 없애고 파업 참가자들을 해고하지 않겠다면서 파업 이틀 만에 신속하게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베이징 유력지 신경보가 남방주말을 비판하고 당국 입장을 옹호하는 환구시보 사설을 게재하라는 당국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언론 자유화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베이징시 당국은 사설을 전재하지 않으면 신경보를 폐간하겠다고 협박했고, 다이쯔겅 신경보 사장은 “양심에 어긋나는 짓”이라며 사퇴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의 언론 통제가 심해진 시기는 톈안먼 민주화 유혈 시위가 있었던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하이의 세계경제도보가 톈안먼 사태를 촉발시킨 후야오방 전임 총서기의 죽음을 추모하는 기사를 실었다가 폐간당하자 이에 저항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군까지 동원해 유혈 진압에 나섰고 이 사건 이후 중국은 신문등록제 등을 통해 언론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에는 격주간 경제잡지 재경이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내 가판대에서 회수되기도 했다.

남방주말과 신경보 사태는 사회주의 중국의 언론통제 실상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이징외국어대학교의 챠오무 소장은 “이제 문제는 대중들의 반응”이라며 “언론 자유화 요구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시진핑 정권과 선전부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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