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어디로]일본발 글로벌 환율전쟁… 엔저공습에 독일, 영국 등 주요국 반발 "최대 피해국은 한국"

입력 2013-02-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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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자동차업계 원화강세 직격탄

▲왼쪽부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

일본발 글로벌 환율전쟁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를 필두로 일본 내각은 잇따라 엔저 유도 발언을 쏟아내고 있고 일본은행(BOJ)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스타일의 무제한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일본의 통화정책과 경기부양안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BOJ가 대담한 통화완화 정책으로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달성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엔화 가치는 지난해 12월부터 1월까지 2개월 동안 달러 대비 10% 하락했다.

달러·엔 환율은 2년 반 만에 92 엔선을 돌파했다.

모건스탠리는 엔저 시대 도래로 엔화가 달러 당 100 엔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종전 전망치 90 엔에서 상향 조정한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엔화 가치가 달러에 비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공격적인 경기 부양에 독일·영국 등의 엔저 정책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 중인 제43차 세계경제포럼(WEF)에서 BOJ가 무기한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20국(G20) 회원국 안에서 이 문제에 관한 논의가 벌어졌다면서 “BOJ의 무제한 양적완화가 일본 정부의 정치적인 영향력 행사 또는 환율 조작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의 이같은 발언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지나친 유동성 공급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하는 것이다.

앞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역시 일본이 자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엔화를 평가 절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메르켈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 역시 BOJ의 움직임에 환율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킹 총재는 “BOJ의 결정으로 자국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국가가 점차 늘어나 국제 환율 경쟁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환율 경쟁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큰 고통이 수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의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수출 중소기업들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 등 한국 IT 업계는 소니·샤프 등 일본 업체들의 경쟁에 부딪힐 것으로 지적됐다.

엔저 현상에 자동차·부품 등 한국의 수출 업계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엔저 현상이 계속되면 일본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토요타 혼다 등의 일본 업계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자본력이 약한 특성상 환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여행과 항공업계도 엔저 현상에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 1월 전년 대비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시오카 준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은 일본 제조업체들의 순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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