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촉발 국제사회 신뢰도 잃어… "아베, 문제는 경쟁력이야" 비판 목소리
‘아베노믹스(Abenomics)’는 먹힐 것인가.
일본이 다시 국제사회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아베 신조 정권이 지난해 말 들어서면서 우경화와 함께 초엔저와 무제한적 돈풀기로 상징되는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아베의 재등장은 글로벌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공공연히 밝혔고 이는 엔화 약세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화는 달러에 대해 지난주까지 12주 연속 약세를 지속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1971년 이후 사상 최장기 약세다.
일본에서는 일단 아베를 반기는 분위기다. ‘주식회사 일본’이 엔저를 배경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업체 파나소닉은 4일(현지시간) 지난해 12월 마감한 회계 3분기에 적자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파나소닉은 구조조정을 가속화한데다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아베노믹스는 그러나 결국 근시안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자를 통해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로 제품 경쟁력 상실을 꼽았다.
아베 정권이 내세우는 엔화 강세는 국면전환용일 뿐이며 일본 경제 내부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FT는 엔화 가치가 급락하더라도 세계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대신 소니나 도시바 제품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건드린 것은 아베노믹스의 최대 후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단기적으로 경제가 살아나더라도 일본은행(BOJ)의 독립성이 훼손된 상황에서 물가 관리라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무제한적인 양적완화가 세계 최대 채무국이라는 일본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일본 국채의 92% 이상을 내국인이 보유하고 있다지만 엔화 가치 하락과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된다면 국채시장 역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지난 10여년에 걸쳐 일본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디플레이션의 종료지만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 회의감이 팽배하다.
아베 총리는 BOJ를 압박해 인플레이션 목표를 2%로 끌어올리도록 했다.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소비자들이 소비를 앞당긴다는 것이 인플레이션 목표 상향의 주된 이유다.
일본 국민들은 그러나 인플레이션 목표 상향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물가 상승으로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플레이션 목표 상향이 소비를 촉진하기는커녕 소비자들이 쌈짓돈을 주머니 속에 더 깊숙이 집어넣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2대 경제국으로써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고 있는 것도 아베노믹스의 숙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 등이 일제히 아베노믹스를 비판하면서 일본은 글로벌 환율전쟁의 중심에 서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