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새바람… 삼성 후발주자 불구 갤럭시S로 대반격
애플이 2007년 6월 ‘아이폰’으로 혁신을 만들며 스마트폰 바람을 일으키자 그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와 삼성전자는 직격탄을 맞았다. 심비안이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라도 있었던 노키아는 그나마 버틸 것으로 예상됐지만, 변변한 OS 하나조차 없던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풍전등화 직전까지 몰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모바일 OS를 적용한 ‘옴니아’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지만, 소비자들로부터 환불 소동까지 일어나는 등 삼성 휴대폰 사업의 앞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애플은 같은 시기 아이폰3GS, 아이폰4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고, 한국 시장도 상륙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반격이 시작됐다. 당초 큰 기대를 안했던 안드로이드폰이 시장에서 부상하면서 ‘갤럭시S’를 시작으로 갤럭시S2, 갤럭시S3까지 연이은 히트를 쳤고, 틈새 시장용이었던 갤럭시노트 시리즈마저 대박을 냈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의 희비 쌍곡선은 2011~12년에 그려졌다. 2010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삼성전자의 추격은 2011년 더욱 거세졌고, 마침내 같은해 3분기 애플을 처음 역전했다. 4분기에 애플이 삼성을 다시 추월했으나, 다음해인 2012년 1분기 삼성은 1000만대 가까운 차이로 다시 1위로 올라섰고, 그 이후로 애플은 2위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4분기 양사의 격차는 무려 1520만대에 달한다. 신제품 ‘아이폰5’로 애플이 대대적인 반격을 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올해 역시 삼성전자와 애플은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인다. 그러나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레지티애널리틱스(SA)의 전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압승은 벌써부터 예상되고 있다.
SA는 최근 “올해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3억24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공급기준)해 1억5900만대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애플을 크게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의 경우 약 2억1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1억3000만대 수준이었던 애플을 크게 앞질렀다.
문제는 영업이익률.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31.6%에 달한다. 100만원짜리 제품을 팔면 무려 31만원이 남는 것으로 삼성전자의 두 배 수준이다. 작년 영업이익도 무려 60조원이나 남겼다.
그러나 올해는 이 부분에서도 격차가 좁혀질 전망이다. SA는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4.7%가 늘어날 것이지만, 애플은 0.2% 성장해 정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완전히 장악했던 시장을 놓치게 된 애플이 가만히 있을 리는 없다. 애플 창업주이자 CEO(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살아 생전에 삼성전자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고, 결국 2011년 4월 특허소송에 나선다.
양사의 특허공방은 포스트PC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시장을 개화시킨 애플이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시작됐다. 한편으로는 ‘맥과 IBM 호환 PC’, ‘베타와 VHS’처럼 IT업계의 영원한 화두인 폐쇄진영(애플)과 개방진영(구글) 간 대립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지금까지는 개방진영이 승리했다)
미국 북부연방법원 배심원들은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한 뒤, 삼성전자에게 10억5000만 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의 손해배상액을 매겼다. 애플은 삼성이 고의적으로 특허를 침해했다며 최대 27억5000만 달러의 추가 손해배상액을 요구했지만, 다행히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고의성 여부를 떠나 특허 침해에 대한 평결은 아직 유효한 만큼 삼성전자는 10억5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액 평결은 유지된 상태다. 조만간 북부지방법원은 배심원 평결에 이어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특히 이 소송의 결과는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주요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송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로서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삼성이 시장에서 이겼지만 법정에서는 패배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애플이 시장에서 밀려나며 명분도 잃게 될지 두 맞수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최고 격전지인 스마트폰에서 이기는 자가 향후 산업의 트렌드를 이끌어 갈 것은 명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