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촉발 환율전쟁·영국 EU 탈퇴도 논쟁…성장 해법 합의는 못 이뤄
세계의 정·재계 지도자들이 모여 글로벌 경제와 사회, 정치 등 각종 이슈를 논의하는 제43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가 27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려 이른바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이 회의는 올해 ‘탄력적 역동성’이라는 주제로 경제위기를 넘어 성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다보스포럼에 모인 지도자들은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연약한 상태라는 데 동의했으나 성장세를 어떻게 회복시킬지에 대한 방안을 놓고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고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6일 연설에서 “우리가 최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나 이것도 유럽과 미국, 일본의 지도자들이 올바른 결정을 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라며 “기업은 절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선진국 정치 지도자들이 재정긴축과 경기부양 등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글로벌 경기회복이 달렸다는 지적이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일본은 환율전쟁을 촉발한다는 비판에 변명을 늘어 놓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엔 약세를 유도하려는 일본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재생상은 전날 “일본 정부가 고의로 엔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있지만 정부는 실제로 엔을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정책을 시행할 뿐이며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고위 관료가 엔저를 강하게 촉구한 점을 고려하면 아마리 장관의 발언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실제로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내각부 부대신은 지난 24일 일본 엔 가치가 일본은행(BOJ)의 미지근한 부양책에 다시 달러당 88엔대까지 오르자 “달러당 엔 가치가 100엔대까지 떨어져도 문제없다”면서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했다.
달러당 엔 가치는 지난주까지 11주 연속 하락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다보스포럼 참석 직전 오는 2017년까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번 포럼의 큰 논란거리였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영국이 곶감 빼먹듯이 이득만 챙기고 EU를 멋대로 빠져 나갈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영국은 EU의 과도한 규제가 산업과 경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맞섰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라는 점에서는 다들 동의했으나 이를 극복할 만한 성장 해법 합의에는 이르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라가르드 총재와 아마리 장관 등은 중기적으로는 재정긴축이 필요하나 현재는 더욱 적극적인 통화정책 완화를 펼치는 게 옮다는 입장이었다고 FT는 전했다.
반면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끌어올리려면 어렵더라도 지금 구조적인 개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