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의 애환은 이제 ‘손톱 밑 가시’라는 단어로 통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 언급했던 표현이 이제 시대적 화두로 자리잡았다. 가장 연약한 손 끝에 박힌 가시가 가장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만큼, 기업 비중의 99%, 고용의 88%를 도맡는 중소기업들의 아픔을 논 높이에 맞춰 해소해주겠다는 표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이었던 시절 화물트럭의 운행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뽑은 ‘전봇대’가 이명박 정부의 키워드였다면, 박근혜 정부의 키워드는‘손톱 밑 가시’인 셈이다.
거래 불공정을 해소할 방안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가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대기업의 부당행위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현재 피해 금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박 당선인은 배상액을 피해액의 10배로 늘릴 예정이다.
또 불균형 문제는 중기 적합업종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안이다. 현재의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이 이행 강제성이 없는 권고에 불과해 대기업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아도 뚜렷한 제재수단이 없는 것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1년여가 넘도록 결정짓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 분야의 적합업종 지정도 시급한 문제다.
은행 대출과 카드사 수수료 차등을 담은 불합리는 가장 피부에 와닿는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5.29%지만, 대기업은 4.76%로 0.53%포인트가 낮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대승적 차원에서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을 차지하는 담보대출 외에도 중소기업 특성에 맞는 신용대출을 확대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 대형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 인하 대상을 확대하고 수수료 인상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세다.
◇차기 정부, 집행과 중재의 역할 나서야= 지난해 10월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자리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수첩에 적으면서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언급됐던 ‘가시’들을 추려보자면 △대기업의 원자재 인상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요구와 타 업체와의 부당한 경쟁 △여성 기업인을 대하는 관공서와 금융기관의 보이지 않는 불리함 △재기 기업에 대한 까다로운 지원 조건 △대기업 빵집들의 골목상권 침해 △뿌리업종의 인력난 등 다양하다.
이같은 문제를 살펴보면 정부 정책이나, 눈에 띄지 않는 소소한 제약들을 해소해 뽑을 수 있는 가시가 있는가 하면 ‘대기업-중소기업’, ‘중소기업-중소기업’ 등 기업 간, 사회 간 갈등을 해소해야만 뽑을 수 있는 가시가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정책 집행자이자 중재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만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부부처별 업무보고의 최우선 순위로 중소기업청을 배치할 만큼 중소기업 애로 해결에 대한 박 당선인의 의지는 확고하다. 이에 중소기업들의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한 목재업체의 대표는 “상공회의소 사장단 모임을 가면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얘기를 자주한다”며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 중소기업에 관심을 갖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외면했던 과거와 달리 중소기업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무조건적인 ‘중기 우대 정책’은 약이 아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 정책이 정치적·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을 틈타 스스로 가시를 뺄 수 있음에도 엄살을 부리는 중소기업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연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언급되고 있는 독일 중소기업은 정부나 정책에 의존하는 경향이 적다”며 “정부가 만성적인 규제를 개선하는 것에 발맞춰, 중소기업인들도 기술과 상품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자발적인 노력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