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을 달군 대중문화]‘1990년대·첫사랑·B급’… 대중에게 응답하다

입력 2012-12-2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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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뒤흔든 트렌드

2012년 대중문화에 응답한 강력한 트렌드는 무엇일까.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 전반을 관통한 트렌드나 코드는 바로 ‘90년대 복고’ ‘첫사랑’ 그리고 ‘B급취향’를 꼽을수 있다.

올해 가장 빈번하면서도 강력하게 작품화 되거나 상품화 된 대중문화 트렌드가 바로 1990년대 복고다. 1990년대 복고의 포문은 영화 ‘건축학 개론’이 열었다. 1990년대 대학시절의 첫사랑을 소재로 한 ‘건축학 개론’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CD플레이’ 등 1990년대를 떠올리는 기표들로 수놓았다. 멜로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건축학 개론’은 4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90년대 복고 열풍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

‘90년대 복고’의 열기를 본격적으로 가열시킨 것은 1997년을 무대로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사랑속에서 HOT로 대변되는 풍성한 대중문화를 소재와 배경으로 담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었다.‘응답하라 1997’는 케이블 드라마로는 매우 높은 3~6%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90년대 복고 트렌드를 고조시켰다.

드라마와 영화 뿐만 아니다. ‘건축학 개론’에 등장했던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음원차트에 오르는 등 90년대 음악과 가수들이 다시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H.O.T, 젝스키스 음악이 재조명될 뿐만 아니라 015B, 룰라, Ref 등 90년대 맹활약을 펼쳤던 그룹들이 다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2월1일 열렸던 ‘청춘 나이트’공연은 그야말로 90년대 복고의 절정을 보여줬다. 클론 구준엽, 코요테, 쿨, DJ DOC, 구피, 탁재훈, 김건모 등 90년대 가수들이 총출동 한 것이다.

이처럼 2012년 대중문화를 강타한 트렌드중 하나가 90년대 복고였다. 그 이유는 뭘까. 대중문화 폭발기였던 1990년대에 10~20대 청소년기와 대학생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은 어느 세대보다 풍부한 대중문화 세례를 받으며 성장했다. 이들이 중년층에 편입돼 본격적으로 문화상품의 주요한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것이 90년대 복고 열풍의 한 원인이 됐다. 물론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넘쳐나는 하우스푸어족, 사회안정망의 부재 등으로 상징되는 현실의 고달픈 삶 역시 90년대를 복고라는 형식으로 소환시키는 역할을 했다. 힘든 사람들이 행복한 과거에 잠시 의탁하며 현실의 시름을 잊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90년대 복고’와 더불어 2012년 대중문화를 강타한 코드가 바로 ‘첫사랑’이다. “잊어 달라 하였느냐, 잊어주길 바라느냐. 미안하구나. 너를 잊으라 하였으나 나는 잊지 못하였다”라는 김수현의 명대사 한마디가 모든 것을 말해주듯 첫사랑에 운명과 모든 것을 거는 절절한 사랑을 그린 ‘해를 품은달’은 30~40%대의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리고 70년대의 첫사랑 문양과 2012년의 젊은이들의 사랑을 교차해서 보여준 드라마 ‘사랑비’역시 첫사랑 코드를 드라마에 도입한 작품이었다.

첫사랑 코드의 붐은 영화에서도 거세게 일었다. 90년대 대학시절에 했던 풋풋한 첫사랑과 시간이 흐른 뒤 첫사랑과의 만남을 담백하게 담았던 ‘건축학 개론’과 “돌아올게”라는 첫사랑이 남겨준 메모 하나만을 움켜쥔 채 수십년을 기다린 애절한 사랑을 그린 ‘늑대소년’은 각각 400만, 700만명을 동원하며 한국 멜로영화 흥행사를 새로 썼다. 이밖에 버스커버스커의 ‘첫사랑’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첫사랑 코드가 유행한 것은 첫사랑의 의미와 2012년의 사랑의 풍속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첫사랑은 이해타산에 얽매이지 않은 순수한 사랑의 문양을 담보하고 있다. 사람 아닌 자본이 사랑의 필요충분조건이 돼버렸고 사랑은 이제 물적 토대라는 외형적 조건의 만남의 또 다른 말이 된 2012년 오늘. 수많은 사람들이 외모, 재산, 학벌, 직업, 연봉 등 스펙으로 대변되는 조건들이 남녀 간의 만남에서 우선시 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의 욕망속에는 첫사랑같은 순수한 사랑에 대한 열망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중의 감성대를 자극한 것이 바로 첫사랑 코드였다.

B급 취향 역시 2012년 대중문화의 눈에 띄는 현상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뮤직비디오로 촉발된 B급 취향은 개그맨으로서 가수로 나서는 용감한 녀석들을 비롯한 ‘개가수’의 음악, 형돈이와 대준이의‘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 이박사의 ‘아수라 발발타’그리고 tvN ‘SNL코리아’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등으로 확산되며 눈길을 끌었다.

‘천박하고 저속하며 싼티 나는’B급 문화는 세련되고 도시적인 주류 대중문화에 식상함을 느꼈던 대중에게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전달하는 동시에 기존 주류문화의 허위의식을 일갈하는 새로운 문화 코드로 다가가며 열광을 이끌어냈다. 또한 소재나 형식에 신선감을 수혈하며 대중문화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기제 역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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