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유보한 동반성장위원회의 결정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 온 사안인데 회의 하루 전날 적합업종 선정발표를 연기하는 등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동반위가 소상공인의 어려운 점을 무시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회의 하루 전 발표 연기 결정 = 동반성장위원회는 27일 ‘제20차 동반성장위원회’를 개최하고 제조업 분야와 서비스업 분야의 적합업종 선정 발표를 한 달 후로 연기했다. 이번 논의는 16개 제조업분야 품목과 서비스업분야 총 43개 품목 가운데 비생계형 17개 품목을 제외한 26개 생계형 품목에 대해 이뤄졌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감안해 서둘러 심의, 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적합업종 관련 몇몇 품목이라도 발표하려 했으나 향후 합의점을 더 확실하게 모색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판단으로 마감에 쫓기는 듯한 발표는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반위는 ‘합의점 모색’이란 이유를 내세웠지만 사실 이번 회의는 애시당초 적합업종 결정이 이뤄질 수 없는 자리였다. 이미 회의 하루 전날에 발표 연기를 결정했고, 이날 회의에서는 의결할 안건조차 없는 회의였던 것이다.
동반위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일부 품목에서 발표를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적합업종 선정이 연기될 것이라는 연락을 어제 받았다”고 말했다. 40개가 넘는 적합업종 품목 가운데 일부는 합의가 끝났음에도 발표를 연기한 것이다. 이번에 발표예정이었던 품목들이 생계형 분야인 만큼 소수의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이 짐을 덜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 꼴이 됐다.
이 뿐만 아니라 데스크탑 PC 품목을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다는 이유로 적합업종에서 반려 권고를 확정지은 것도 개운치 않다.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은 공공기관에만 해당되며, 적합업종은 민간시장에까지 적용된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공공시장에 대기업 진입이 제한됐기 때문에 민간시장에도 해당되는 적합업종으로 선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계 반발 “소상공인 어려움 무시했다”= 동반위의 결정에 중소기업계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을 공언한 후 기대감이 높아졌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중기중앙회는 동반위의 적합업종 연기 결정 이후 곧바로 논평을 통해 강도높은 어조로 유감을 표시했다.
중기중앙회는 “동반위가 서비스업 적합업종으로 제과점, 자판기운영업, 꽃소매업, 자전거소매업, 서적·잡지류 소매업, 중고차판매업, 가정용 가스연료(LPG)소매업 등 7개 업종을 지정키로 했다가 위원간 논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내년에 논의키로 결정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중기중앙회는 “대기업집단(공공단체)이 직접 서비스업 분야까지 진출해 중소기업 특히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적합업종에 대한 중소기업의 기대가 높았다”며 “대·중소기업간 자체합의가 이뤄진 화원, 서점과 적합업종 실무위 권고안으로 의결한 LPG소매, 자동판매기 운영, 중고차 매매에 대해서도 논의 없이 모두 연기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제과제빵협동조합 관계자는 “무슨 이유로 선정이 연기됐는지 모르겠지만 하루 빨리 본래의 목적에 맞게 적합업종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