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 4분기에 계획된 은행권의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NPL) 매각이 마무리됐다. 은행권은 1분기 5000억원에 이어 2분기 2조2000억, 3분기 1조2000억원, 4분기 3조원 등 총 6조9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처분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연말까지 정한 부실채권 비율 1.3%를 맞추는데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경기침체 여파로 은행들의 부실채권 매물이 4분기에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시장이 이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제출한 은행별 부실채권 목표비율은 은행에 따라 1.12~1.6%로 평균 1.3% 수준이다. 3분기 기준 국내은행의 평균 부실채권 비율(고정 이하 여신을 총 여신으로 나눈 비율)은 1.56%로 목표비율을 넘어서고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내년이다. 철강업종과 중소 조선업체의 수익성 있는 수주 물량이 거의 없어 내년에 법정관리 신청이 늘어나고 관련 부실채권이 쏟아질 전망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 부실채권 위주로 형성됐던 부실채권시장에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가계 부실채권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도 우려가 크다.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한도를 넘어섰거나 위험 수위에 처한 주택담보대출이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이 같은 상황이 악화되면서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부실채권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경기가 안 좋은 방향으로 왔다는 것”이라며 “경기가 나빠지고,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붕괴될 경우 부실채권 시장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은행권 입장에선 부실채권 시장에 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악재다. 금감원이 제시한 부실채권 목표비율을 맞추려면 서둘러 팔아야 하는데 무한정 싸게만 팔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은행권에서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 내면서 매수자가 가격을 낮춰 부르고 현상이 뚜렷해 졌다”면서“내년에는 시장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