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漫筆] 복지부동과 오비이락 사이

입력 2012-12-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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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유세 열기가 맹추위를 압도해야 하지만 이번 대선은 김빠진 맥주마냥 역동적이지도 정열적이지도 않아 한기만 더한단 느낌이다.

전통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 등 이른바 공복(公僕)들은 한결같이, 업무에 몸을 사리는 복지부동을 해 왔다. 권력의 향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을 벌일 필요도 없을 뿐더러 괜한 일에 연루돼 개인은 물론 몸담은 기관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동물적 생존본능의 발로인 셈이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지는 식’의 오비이락 역시 경계해 왔다.‘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쓰지 말라’고 괜한 오해 받을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공복간의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권력 교체기의 공복들에게 어쩌면 오비이락은 피해야 할 덕목이고, 복지부동은 지켜야 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 한 금융 공기업이 무리수를 둬 도마위에 올랐다. 정책금융공사가 그 주인공이다. 대성산업에 4000억원의 지급보증을 결정했는데 이것이 정치 특혜 논란으로 번지고 있어서다.

사상 초유의 대기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지급보증도 문제지만 대성산업 회장 동생이 새누리당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이자 0.38%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라는 사실 때문에 특혜 논란이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제는 정쟁의 대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대성산업은 굴지의 에너지기업이다. 알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등 자구여력도 제법 있다. 채권단을 포함해서 여러 채널을 통해 물밑접촉을 시도했고, 결국‘사전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책금융공사 덕을 봤다. 여느 기업 같았으면 워크아웃 절차를 밟았겠지만 힘 있는 주주 덕분에 피해 갔다는 의혹이 일법한 대목이다.

정책금융공사 설립 본령을 감안하면 자충수가 분명해 보인다. 중소·중견기업 지원이 주업무인 정책금융공사가 연간 자금 공급액의 50% 이상을 중소기업 지원에 쓰도록 내부기준까지 정해 놓고도 부도 위기에 몰린 대기업의 PF대출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책금융공사는 결과적으로 복지부동의 철칙을 깨고, 오비이락을 경계치 않은 댓가로 궁지에 내몰리게 된 셈이다. 모르긴해도 정책금융공사는 대성산업 지원요청을 외면해서 결국 부도처리 됐을 때의 책임 추궁과 지원했을 때 받게 될 비난 사이에서 적잖이 고민 했을지도 모른다.

대선 마다 반복되는 공복들의 복지부동은 없어져야 한다. 오히려 시의적절한 정책 집행이나 제도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 유연성을 갖도록 독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몇가지 전제가 충족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엄격한 원칙적용, 아울러 시기적 적절성까지. 비록 그것이 오비이락식 오해를 산다고해도 말이다. 정책금융공사의 이번 결정이 순수한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정치공학을 고려한 배려였는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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