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받을 때 소비자가 부담했던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시중은행이 반환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는 6일 대출 고객 271명이 "근저당권 설정비 4억3000만원을 반환하라"며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판결에선 원고의 청구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근저당 설정비용은 근저당을 설정할 때 들어가는 행정수수료 등 비용이다. 등록면허세와 지방교육세, 등기신청수수료, 법무사 수수료, 감정평가 수수료 및 법원인지세 등이 포함된다. 통상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1억원을 받을 때 발생하는 근저당 설정비용은 60~80만원 수준이다.
이날 재판부의 판결요지는 “관련 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 골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약관조항은 고객에게 선택권을 부여해 당사자들의 교섭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들이 인지세 및 근저당권설정비용을 부담한 것은 개별약정에 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개별약정을 무효화하기 위한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또는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 행위의 요건에 대해 입증력도 부족하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원고측은 국민은행과 대출약정을 할 때 사용된 표준약관 중 인지세와 근저당권설정비용의 부담주체를 고객이 선택하도록 돼 있는 것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불공정한 조항으로서 구 약관규제법 제6조에 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2011년 자신들이 부담한 인지세 중 50%와 근저당권설정비용을 원고들에게 반환해야 한다며 소송을 청구했다.
같은해 대법원이 이 약관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도록 약관 개정 판결에 상당한 설득렬을 얻었다. 대법원이 약관 개정 판결을 내린 만큼 기존 약관에 따라 근저당 설정 비용을 반환하라는 것이다.
반면 은행권은 기존 약관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지 무효라고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대출에 따른 설정비까지 돌려줄 필요는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가 은행권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관련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입장에선 한시름 놓게 된 셈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이 채무자가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근저당권 설정비용 7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채무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근저당 설정비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소송규모만 10조 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어서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