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병주 산업부 기자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아전인수"

입력 2012-12-0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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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톰과 제리’에서 고양이 톰은 꾀 많은 생쥐 제리에게 항상 당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제리는 꾀가 많은 캐릭터라기 보다는 상당히 폭력적인 캐릭터다. 반면 톰의 복수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정상적이다. 잡아서 묶어놓거나 어딘가에 가둬놓는 것이 전부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등위)백화종 위원장은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게임물 등급 산정을 민간에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내어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게등위의 입장은 단호하다. 사행성이 강한 성인용 게임물을 민간에 맡기면 과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게등위가 보여온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자신들의 철밥통을 지키려는데 급급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게등위는 원래 민간이양을 전제로 지난 2006년 탄생한 조직이다. 지난 2008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게등위는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2008년과 2010년, 2011년 세차례 국고지원을 연장하면서 존속하고 있다. 그 사이 게등위가 관리하고 근절해야 할 불법 온라인 사행성 도박 시장은 업계 추산 32조원 이상으로 팽창했다. 또 최근에는 일부 업체에 로비를 받고 임의로 등급을 매겼다는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 29일 열린 게등위 간담회에서 백 위원장은 “내년 국고지원이 끊기면 존속자체가 불투명하다”며 “게등위가 주춤하면 게임업계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등위의 궁극적인 역할은 단순히 등급을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게임문화정착을 돕고, 이를 통해 게임시장의 질적·양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만화 속 톰은 결코 우둔한 캐릭터가 아니다. 오랜기간 제리에게 시달리면서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내공으로 가득하다. 게등위가 게임업계와 민간기관의 자율의지를 그저 ‘생선이면 사족을 못 쓰고 달려드는 고양이’로 취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게임업계는 이미 치열한 경쟁속에서 내공을 쌓은 ‘톰’과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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