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김창남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여성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입력 2012-11-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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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울긋불긋 물들이고 귀걸이를 한 남자, 목걸이를 걸친 남자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반면 격투기를 즐기거나 강한 근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외국에서는 많은 버스 기사가 여성이며, 전투기 조종사의 상당수가 여성이다. 우리나라도 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배출되기 시작하였다. 바야흐로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 역할과 한계가 부서져 내리는 시대를 맞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남성은 점점 여성화되고 여성은 점점 남성화 되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조물주가 인간을 창조할 때 입력해 놓은 남성과 여성의 유전자적 본성까지 바꾸어지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설령 유전공학이 급속하게 발전하여 그러한 일이 가능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우주의 이치에 맞지 않고 또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남성과 여성은 똑같아짐으로서 좋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아름다운 조화가 만들어지고 서로의 부족함이 보완된다고 생각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여성의 강점은 차돌 같은 근육이나 저돌적인 공격성에 있지 아니하고 역시 아름다움과 부드러움, 따뜻함, 섬세함, 순수함 같은 것에 있을 것이다. 여성의 위대한 힘이 솟아나는 곳도 바로 여기라고 생각된다. 법정스님은 그의 수필 ‘설해목’(雪害木)에서 한없이 부드럽고 미약한 눈송이가 소리 없이 밤새 쌓이면 아름드리 소나무도 뿌리 채 뽑힌다 하였다. 진정한 강함이란 무엇이며, 그 강함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를 꿰뚫어 보는 혜안이다.

지금 이 시대 우리의 정치를 생각해 봐도 그렇다. 지금 우리 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가? 정치가 너무 외면적 강함 만을 추구해서 문제다. 정치에 여유와 자연스러움이 없다. 천리와 순리에 따르는 맛이 없다.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힘을 과시하고, 격렬하게 부딪치고 공격한다. 정치는 승부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말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오늘 우리의 정치는 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에 상생과 공존, 균형의 아름다움이 부족하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여유가 필요하다. 닥쳐오는 현실적 어려움을 불굴의 의지와 강한 힘으로 돌파하면서도 세상의 어두운 곳에 빛을 밝히고 약한 곳을 보듬는 따뜻함과 섬세함이 필요하다. 국민 앞에 어머니처럼 가슴을 열고 다가가는 순수함과 진솔함이 필요하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사랑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의 선천적 소유자, 따뜻함과 섬세함, 순수함의 유전적 소유자인 여성이 더 힘차게 나서야 할 시대가 되었다. 이제 정치가 남성 전유물이던 시대는 갔다. 여성이야말로 고착된 상태로 변화할 줄 모르는 남성 주도의 정치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국민을 마음을 움직여 사회적 에너지를 충전시켜 새로운 발전을 견인해 낼 수 있는 대안 세력으로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여기에 여성 정치참여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의 유전적 특징을 효과적으로 정치자원화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의 선거직 공직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 여성의 선거직 공직 진출확대는 남녀간 정치적 대표성의 균형을 이룬다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여성만이 가진 강점을 국정운영에 효과적으로 적용한다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바라보기만 하여도 아름다운, 곁에 있기만 하여도 행복을 주는 여성이 아니라 이 나라의 잘못된 정치까지 바꾸어 주는 여성이 되어주기를 희망한다. 야수의 마음과 같이 굳어있는 남성위주의 정치를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으로 녹여주기를 바란다. 국민에게 삶의 희망을 되살려주는 민생정치, 생활정치, 환경정치를 활짝 펴는 여성정치시대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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