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의 움직이는 부동산] 부동산시장‘1992 데자뷰’

입력 2012-11-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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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내세운 명제 가운데 ‘역사는 돌고 돈다’가 이제는 진리에 가깝다. 이 명제는 경제에서 ‘경기순환론’으로 발전했다. 경기순환론 가운데 ‘정치적 경기순환론’ 모형이 있다. 모형에서 주요 변수로 ‘물가상승’과 ‘실업률’을 놓고 분석했다. 집권당 입장에서 선거 직전에 경기부양책을 실시해 ‘실업률’을 최대로 떨어뜨리고, 선거 직후에 강력한 긴축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게 효과가 높다고 결론이 났다.

대한민국에서 선거로 여·야 정권 교체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가져온 김영삼 전 대통령과 2007년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뿐이다. 두 번 모두 경기부양책을 마음껏 쓰지 못했던 시절이다. 결국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경기순환론을 무시하기기 힘들다.

올해 정치상황은 지난 1992년 제14대 대선과 비슷하다. 국회의원 총선거에 대통령선거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92년 3월에 총선, 같은 해 12월에 대선이 치러졌다. 그 해는 집값이 떨어졌고 땅값도 75년 이후 처음으로 0.53%나 하락했다.

건설부(현 국토해양부)는 당시 주택 건설 목표를 50만 가구로 설정하고 이 가운데 3분의 2 규모인 32만 가구를 60㎡ 이하의 소형주택으로 짓기로 했다. 이에 아파트 소형 의무 비율은 60㎡ 이하가 35%에서 40% 이상으로 높아졌다. 반면 85㎡ 이상은 30%에서 25% 이하로 줄었다.

이 해 9월 서울 지역 동시분양이 처음 실시됐다. 동시분양은 2005년 말까지 13년 이상 이어졌다. 특히 3월에 평촌신도시 첫 입주가 시작됐다. 이어 4월에 산본신도시, 12월에 중동신도시에 첫 입주가 실시됐다. 당시 상황은 지금과 아주 비슷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2년 전국 집값은 1년 새 5.0% 줄었다. 서울 집값은 같은 기간 5.4% 급감했다. 하지만 전국 전셋값은 1년 동안 7.5% 급등했다. 서울 전셋값도 7.8% 증가했다.

다음 연도인 93년에도 집값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 해 전국 집값은 1년간 2.9%, 서울 집값은 1년 새 3.2% 하락했다. 다만 전국 전세값은 1년 동안 2.4% 오르면서 오름폭이 줄었다. 서울 전셋값은 1년간 0.4%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집값은 94년 들어서야 안정화됐다. 전국 집값은 1년간 0.1%만 줄어든 반면에 서울 집값은 0.5% 상승했다. 전국과 서울 전셋값은 1년간 각각 4.6%, 5.0% 씩 늘었다.

토인비의 말과 경제학 이론인 경기순환론이 옳다면 부동산경기는 내년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동산경기가 92년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같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내년 집값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전세값은 조금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집값과 전세값은 내후년인 2014년에나 회복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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