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하락시 수출기업 타격 불가피
산업계가 원-달러 환율하락이 이어지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초 경영계획 수립시 환율을 1100원대로 예상, 큰 피해는 없는 수준이지만 추가하락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2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5일 1100원이 붕괴된 이후 1100원 이하로 밑돌고 있다. 이 날 환율은 전일대비 1.7원 내린 1096.5원에 개장한 후 1097원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수출업종은 추가하락을 우려하는 반면, 원자재 수입이 많은 철강업종은 환율하락에 반가움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손영기 거시경제팀장은 “수출기업의 경우 환율이 높았을 때 계약을 해놓았다면 환차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수출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손영기 팀장은 “결제통화 다변화, 수출지역 다변화,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등 다양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업계, 결제통화 다변화로 위험 회피= 전자업계는 결제통화 다변화를 통해 환 리스크를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 변동이라는 늘 있기 때문에 단기적 대응보다는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영 체질을 개선하는 전략을 사용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통화결제수단을 다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출 주도 기업이다 보니 달러나 유로화에 통화가 편중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제품을 전 세계에 팔다보니 현지 통화를 쓰면서 환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결제 수단으로 유럽, 중국, 인도네시아, 중남미 등 38개의 화폐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자연스럽게 회피할 수 있다”며 “환율의 단기적인 하락과 상승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환율하락이 지속될 경우 수출 가격 경쟁력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이 경우 수입 부품 등의 구매 비용이 싸지는 효과를 반사적으로 얻을 수 있다.
◇현대차, 환율 추가하락 우려, 보수적 경영계획= 대표적 수출기업인 자동차 역시 환율에 민감하게 대응 중이다. 환율 목표를 안정적으로 수립하고 글로벌 지역별 대응전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해외판매비중이 75%에 이르는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 추가하락에 대비해 거시적 관점의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 내년 사업계획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환율예상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내년 원-달러 환율을 1070원대 초반까지 예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이원희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 25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시장에서 예상하는 내년 환율은 1076원이지만, 그보다 더 보수적으로 경영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 플랫폼 비중을 작년 62%에서 올해 3분기까지 73%로 끌어올려 고수익 기반을 마련했다”며 “중국 판매 차량에 대해 현지에서 위안화로 송금을 받는 등 환율과 통화 다변화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ㆍ중공업, 환율하락에 ‘희비교차’= 철광석, 원료탄 등 원자재 수입이 많은 포스코는 환율이 하락하면 이익이다. 또 환율 하락이 철광석 가격 약세와 맞물리면 포스코에게는 겹호재다. 업계에서는 환율이 10원 내릴 때마다 포스코는 연간 600억원의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올해 평균 환율은 1150원으로 전망했다. 환율이 이보다 낮아지면서 포스코의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조선업종은 철강업에 비해 환율 하락에 민감하다. 실적의 대부분을 해외 수출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금액을 3년여에 걸쳐 받기 때문에 환율은 3~4년을 내다보고 운용한다”며 “환율이 예상 환율보다 크게 내릴 경우에는 타격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환 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급격하게 환율이 떨어지지 않는 한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ㆍ유화업계, “아직 버틸만 하다”= 정유와 석유화학업계도 일단 현재의 환율이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수입하고 정제한 후 석유제품을 수출하면서 모두 미국 달러기반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자동 헷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에도 환율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1100원이 적정 환율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석유화학 업계도 아직은 환율이 예상범위 안에 있지만 지속해서 환율하락이 이어지면 원료 구입이라든지 결제일 등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기업계는 ‘환율변동’에 민감= 중소기업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 긴장 상태다. 수입보다 수출비중이 큰 탓에 손실이 늘어나는가 하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의류수출기업 한세실업과 온라인서점 예스24의 지주회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는 환리스크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환율 하락을 전망해 기준 환율을 1050원 선으로 설정했지만 원달러 환율 내림세가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 추세라면 내년에는 1000원 선 밑으로 기준 환율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거론되고 있다.
한세예스24홀딩스 관계자는 “타업종에 비해 결제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환율 하락에 대한 피해가 크지 않지만 수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원화강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원자재를 구입하는 등 수급 다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행남자기도 환율 하락에 고민이다. 올해 영업전략 수립시 환율 수준을 1000원 선으로 예상, 아직까지 큰 영향은 없지만 환율이 추가하락 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예상보다 환율이 더 떨어지면 바이어들과 단가 협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FTA 때문에 단가가 떨어진 경향이 있어 이를 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