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협상카드 활용…'G2 공생' 현실화는 '글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위기와 함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이 중국의 미국 국채 투매를 의미하는 ‘국채 무기화’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도 ‘국채 무기화’의 배경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외교안보 현안에서 국채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 정부의 자동차산업 보조금 지원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국제무역기구에 제소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미국의 반덤핑 조치로 타격을 입었다며 맞제소로 대응했다.
미 국채 1위 보유국인 중국이 본격적인 매도에 나서면 2위 보유국인 일본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 역시 동참할 수밖에 없게 된다.
중국의 국채 무기화 조짐은 지난 2010년부터 불거졌다.
미국은 당시 대만에 64억 달러 규모의 첨단무기를 팔기로 결정했다. 중국 군부는 미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중국이 보유 중인 미 국채 일부를 매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미 국채 보유 1위국( 7896억 달러)에 올라 있던 상태였다.
2011년에는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자 투자 손실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매도하겠다고 압박을 가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국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전체 물량 중 13%를 보유한 최대 투자국이다.
미 국채 가치의 하락은 중국에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당시 3조447억 달러의 외환보유액 중 1조1600억 달러(38%)를 미 국채에 쏟아부었다.
시장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국채 가격이 20~30%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위기를 느낀 중국 정부는 미 정부가 국채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당시 “우리는 미국에 대규모의 자산을 빌려준 것과 마찬가지로 자산의 안정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믿을 수 있는 나라라는 신뢰감을 심어주고 중국 자산의 안전을 보장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외환보유고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미 국채 매도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지난 7월 기준 1조1496억 달러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위기를 경험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이미 외환보유고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3차로 이어진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도 미 국채 보유국 1위인 중국에는 부담이다.
연준은 지난 2008년부터 1, 2차 양적완화를 통해 2조3250억 달러를 시장에 공급했다.
3차 양적완화에서는 매달 400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달러가 넘쳐나면서 2008년 이후 달러 가치는 엔화 대비 20% 급락했다.
달러 약세와 함께 미 국채 가치 역시 하락했음은 물론이다.
달러는 위안에 대해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달러 가치는 지난 12일 위안화 대비 6.2640위안에 거래되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달러·위안 환율이 연말에 6.23위안까지 떨어지면서 위안화가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도 경제 회복은 여전히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책 불안정이 지속되는데다 내년에 ‘재정절벽(fiscal cliff)’이 현실화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미 국채 보유 1위인 중국이 국채 매도에 나서야 하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실제로 대거 처분에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요2국(G2)으로 부상한 중국과 미국이 공생관계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를 압박하는 국채 매도는 결국 중국에도 손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정·무역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국채 수요가 많을 수록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미 국채 매입을 반기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막대한 외환보유고의 안전 투자처를 찾지 못해 미 국채 매입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