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선지자인 무함마드(마호메트)를 모욕한 영화로 촉발된 아랍권의 반미 시위가 16일(현지시간) 다소 진정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해방)광장에서는 전일과 이날 시위대와 경찰 측의 격렬한 충돌이 없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슬람 최고 지도자들이 시위대에 진정을 호소한 영향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최고 종교지도자인 셰이크 압둘아지즈 알 셰이크는 “이슬람 교도들은 명예를 훼손한 행위를 비난할 권리가 있다”면서 “그러나 폭력이나 재산을 파괴하는 방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외교 사절과 공관에 대한 공격은 비이슬람적이며 신에게 용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집트 수니파의 종교기구 알 아즈하르의 셰이크 아흐메드 엘 타예브 최고 종교지도자도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공격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며 외국 사절도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집트 경찰은 이날 광장의 치안을 확보하고 220명을 체포했다고 내각부는 밝혔다.
튀니지에서는 경찰들이 미국 대사관 주변에서 삼엄한 경계를 펼치면서 시위를 봉쇄하고 있다.
이번 시위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랍의 봄’을 지지했던 중동 정책이 반대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독재자들을 내쫓고 새로 권좌에 오른 튀니지와 이집트 등의 새 지도부가 이슬람주의자들의 격렬한 시위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미국 내 반발도 커지고 있는 상황.
미국 국무부는 전일 ‘여행경보’를 통해 수단과 튀니지에서 필수인력을 제외한 모든 공관직원을 철수시키고 자국민 대피령을 내렸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전일 내부자 공격으로 영국군 2명이 살해된 데 이어 이날 미군 4명이 현지 경찰의 공격으로 숨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국제안보지원군(ISAF)은 이날 아프간 남부에서 경찰 최소 1명이 나토군 4명을 살해했으며 이들 모두 미군이라고 밝혔다.
ISAF는 용의자가 아직 체포되지 않았으며 단독 범행인지 복수의 범행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과 서부 헤라트에서 이날도 반미 시위가 있었으나 별다른 사고 없이 시위대는 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