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감추고, 스타일 살리고…
"언니, 이 옷 다른데서도 살 수 있는거예요 ?"
지난 4월 신사동 가로수길에 개인매장 ‘ej’를 개점한 오은지(여·28세) 디자이너는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의 옷을 직접 디자인하기 때문에 그녀가 “아녜요, 저희 가게에만 있어요” 라고 답하면 고객들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지갑을 연다.
“나는 뭘 좀 아는 놈~”이란 싸이의 노래 가삿말처럼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는 것. 바로 ‘2012년판 강남스타일’이다.
◇ 무조건 이쁘면 된다? ‘NO’…희소성·개성 추구
희소성과 개성. 강남 스타일을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크다. 과거엔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등 명품으로 타인의 시선을 끌었다면 지금은 보이지 않는 브랜드로 타인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을 선호한다.
강남의 쇼핑거리라면 역시 청담동 사거리와 신사동 가로수길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신사동 거리는 개성있는 패션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다. 홍대앞 클럽문화가 녹아든 ‘홍대 스타일’과는 또 다른 이색공간이다. 최근엔 패스트브랜드로 일컬어지는 SPA(제조·유통 일괄형)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도 부쩍 늘었다.
지하철 신사역 8번출구에서 출발해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에 다다르면 개성넘치는 색상들로 이뤄진 ‘스파이시칼라(SPICY COLOR)’가 위치해 있다. 또한 제일모직에서 활발하게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에잇세컨즈(EIGHT SECONDS)’도 어느새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이제 소비자들에게 친숙해진 ‘자라(ZARA)’ 역시 대표 SPA브랜드로 손꼽힌다.
이 뿐만 아니라 하이엔드 패션에서 이지 캐주얼까지 다양한 소비자들의 취향을 아우르는 ‘마시모 두띠(Massimo Dutti)’, 여성고객 들 입소문으로 가로수기에만 3개의 매장을 오픈한 ‘이즈나나(ISNANA)’도 고급스러운 매장 인테리어와 윈도우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젊은 소비자들의 입김은 길거리 매장을 백화점에 입점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지난 7월 패션업계는 브랜드 ‘힐리앤서스(HELIANTHUS)’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자리잡았던 핸드백 가게에서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에 당당히 입점했다.
강남 지역의 대표적인 쇼핑거리의 매장이 대중적인 소비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백화점에 입성했다는 것은 그 만큼 개성과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최근 들어 샤넬과 루이비통과 같은 스테디 셀러 명품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브랜드를 찾는 손길이 많다. 한 눈에 봐도 이름을 알 수 있는 디자인보다 자기만 알 수 있는 브랜드에 관심이 더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남명품스타일 소비를 반영하듯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는 단독 입점돼 있는 브랜드들이 많다.
액세서리에는 파텍필립(스위스), 샤넬주얼리·모브쌩·고야드·프레드·디올옴므(프랑스) 등이 갤러리아 내 매장을 갖췄다. 또한 여성 패션으로는 앤드뮐미스터(벨기에), 크리스찬루부탱(프랑스), 쟐리아니·줄리아나테조·콴펜(이태리) 등이 자리 잡았으며 남성 패션으로는 울트랄레·바르바·허스키(이태리), 옥스포드(영국) 등이 있다.
이처럼 다국적 명품이 한 자리에 하는데는 강남의 명품 스타일에 대한 개념이 예전과 변화했기 때문이다.
트렌드정보 컨설팅 기업인 PFIN의 이현주 이사는 “거품 소비가 양산한 금융위기 이후 불안감과 죄책감에 ‘비싼’ 것이 아닌 또 다른 차별화의 포인트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최근엔 장인정신과 한정상품을 진정한 명품이라 생각하는 추세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이사는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고급스럽고 세련됨을 추구하는 것이 강남 스타일이라고 정의 내려본다”며 “젊은 층의 경우에는 고가 브랜드와 저가 브랜드를 구분하지 않고 감각적으로 믹스 매치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