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에 대한 일본은행의 미지근한 대응 탓에 엔고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일본은행이 디플레이션을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물가 상승 목표치만 세워놓고 소극적으로 대응해 엔화 가치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2월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전년 대비 1%로 정했다. 물가가 1% 오를 때까지 강력하게 금융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에 대한 기대감에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3월 중순까지 달러에 대해 84엔대를 기록하며 11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그러나 일본 수출기업들이 안도한 것도 잠시, 엔은 상승세로 돌아설 정도로 추가 완화정책이 실현되지 않았다. 지난 6월에는 2월 정례 금융정책결정회의 당시 수준의 엔고 현상이 나타났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월까지 2개월 연속 하락해 일본은행의 목표치에서 한층 멀어졌다. 그럼에도 일본은행은 이달까지 네 차례 연속 추가 완화를 보류했다.
이 때문에 시카고통화선물시장에서는 엔 순매수가 5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확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HSBC홀딩스의 프레데릭 뉴먼 아시아 경제 공동 조사 책임자는 “일본은행은 당초 기대만큼 금융완화를 실시하지 않았고, 그 결과 엔화 가치도 그다지 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행은 자산을 많이 사고는 있지만 매우 소극적”이라며 “현재의 급격한 엔화 강세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버블 붕괴 이후 물가가 계속 하락하는 디플레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CPI는 전년 동월 대비 평균 0.1% 하락했고, 그 사이 엔의 명목 실효 환율은 30% 상승했다.
엔고 기조가 정착되면서 일본 수출기업의 국제 경쟁력과 수익력은 저하, 산업 공동화 등을 통해 일본 경제의 활력과 고용을 부진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