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금지시키려는 정치권의 시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규제라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실제로 순환출자는 일본, 프랑스, 인도 등 주요국의 대기업집단에서도 존재하고 있으며, 지배구조 안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유효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모델로 삼았던 일본도 출자총량, 출자구조 및 형태에 대한 일체의 사전 규제가 없으며, 일본 학계나 정치권 그 어느 쪽에서도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없다.
프랑스 LVMH그룹은 지주회사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자회사끼리의 순환 및 상호출자가 허용되고 있다. 출자단계나 공동출자에도 제한이 없다.
인도 타타그룹 역시 지배주주 가족이 복수의 지주회사를 통해 300개가 넘는 기업을 순환출자와 상호출자에 기초해 통제하고 있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음에도 우리와 달리 금융업 진출과 자회사 공동 출자가 가능하고 출자단계와 지분율에 대한 규제가 없다.
이 외에도 캐나다의 에드워드&피터 브론프맨 그룹(Bronfman 가족기업), 독일의 도이치뱅크 그룹(Deutsche Bank Group), 대만의 1위 기업집단인 포모사 플라스틱 그룹(Formosa Plastics Group) 등도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전경련은 또 소유·지배괴리 현상에 대해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대규모기업집단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소유·지배 괴리 현상을 없으려면 모든 계열사에 총수 및 일가의 내부지분만 있고 계열사 보유지분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주식회사에서 이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순환출자 구조는 일본,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의 세계 유수 기업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이런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며 “경제계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제를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순환출자 구조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보고서를 통해 “순환출자구조가 형성된다고 해서 지배주주가 지분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순환출자가 이뤄진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연구가 많았지만 지배구조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