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관심의 초점이 됐던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이 빠졌다. 과세 형평성을 높이면서도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묘안을 찾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러나 일단 과표구간 상향 조정과 비과세감면 축소란 큰 방향은 제시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소득세 과표 상향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며 “상향 조정하면 소득 세수가 주니까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세법개정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세수의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하려면 비과세 감면제도의 대폭 축소, 또는 정비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과표구간이 지금 수준으로 상향조정된 때는 2007년이었다. 여기에 지난해 ‘3억원 초과’란 최고 구간이 얹혀졌다.
5년이란 시간이 흘러 현재의 소득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고 구간인 3억원 초과와 바로 아래 구간인 8800만원간 격차가 너무 큰 것도 논란거리다.
과표구간을 조정할 필요성은 있으나 세율을 그대로 두고 과표구간을 상향 조정하면 세수가 준다. 정부는 세수 중립적으로 소득세제를 개편하고 싶어해 소득세와 관련한 비과세감면은 정리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복안대로 각종 공제혜택이 줄면 국민 반발이 예상된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이 이를 수용할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섣불리 안을 내놓을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정부는 소득세 과표구간을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내부 안이 있음을 시사했다.
박 장관은 “(소득세 과표구간을) 미세조정하는 대안을 가지고 있다”며 “국회에서 법안 심사과정에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또다시 군불을 지피는 '부자 증세'로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최고세율 38%가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천만원’으로 내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6월 말에 발의했다.
‘3억원 초과’에 해당하는 대상이 전체 소득자의 0.16%에 불과해 '슈퍼부자들' 대한 증세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총급여 4500만원 초과분에 대한 근로소득공제율을 총급여 1억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는 3%, 총급여 1억5000만원 초과엔 1%로 인하했다. 고소득 근로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그만큼 줄이겠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한층 강화된 부자 증세안을 내놓았다. 진보당의 안은 최고구간인 ‘3억원 초과’를 ‘1억2000만원 초과’로 낮추고, 세율은 기존 38%에서 40%로 높였다.
야당의 부자 증세로 정부의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안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역시 과표구간 조정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단 특정 계층을 표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인다.
그 대신 과표구간을 조정하고 전반적으로 세율체계도 고치면서 자연스럽게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가 되도록 하는 안을 고민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세법개정안 관련 당정협의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1~2개월 내 의원입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민주당은 법인세 과표 조정안을 발표해 법인세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지난 6일 현재 과표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엔 20%, ‘200억원 초과’엔 22%인 세율을 ‘2억원 초과~500억원 이하’에 22%, ‘500억원 초과’엔 25%로 조정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