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 출신 닮았지만 동반성장엔 입장차 커
정운찬 초대 동반성장위원장과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2기 유장희 현 위원장은 공교롭게도 둘 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정 전 위원장은 1978년 모교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해 30년 넘게 후학양성에 힘쓰다 2009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의 끈질긴 요청에 국무총리로 공직에 첫 발을 내딛은 케이스다. 이후 세종시 문제로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후 동반성장위원회를 맡았다.
유장희 현 위원장은 졸업 후 미국행을 선택, 1972년부터 현지에서 강단에 섰다. 미국 클라크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1976년부터 1988년까지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종신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지내고 1997년부터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과 부총장을 역임했다.
같은 대학 출신으로 강단과 연구에 매진하고 총장과 부총장을 역임한 그들은 닮은 꼴이 많지만 동반성장에 대한 생각에는 차이가 있다.
정운찬 총리는 지난 3월 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대기업과 정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우리 재벌들은 경제정의와 법을 무시하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기업 철학도 휴지통에 버리기를 서슴지 않는다”며 “이런 재벌만을 위한 대명사인 전경련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기업은 물론 정부조차도 사회적 상생을 위한 어떤 책임도 지려고 하지 않는다”며 “결국, 그들은 우리 사회의 동반성장을 말로만 외칠 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예산을 더 지원해주지 않으면 동반성장위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는데 묵묵부답이었다며 대통령의 생각과 자신의 뜻에 괴리가 있는 것 같아 결국 그만뒀다고 말했다.
동반성장 정책이 핵심이었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진 것도 사퇴의 이유로 알려져 있다.
반면 2기 동반성장위원회의 수장을 맡은 유 위원장은 이익공유제로 대변되던 기존 조직의 색깔빼기 부터 시작했다. 그는 취임 때 “동반위 같은 사회 의견 수렴기구는 무엇을 할 것인지 콘텐츠를 정한 뒤 그 바탕 위에서 합당한 용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나 초과이익공유제는 확실한 콘텐츠나 구체적인 행동 양식이 나오기도 전에 이름부터 정해버린 격이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초과이익공유제가 콘텐츠 없이 너무 급하게 나왔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동반성장은 포스코식 모델이 이상적”이라며 ‘성과공유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 전 위원장이 “언 발에 오줌누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정책이다.
이같은 정책변화는 동반성장위원회를 대기업 입장에서 이끌어갈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포스코 사외이사 출신으로 대기업 자문을 맡은 이력은 물론, 포스코식 동반성장이 대기업들의 지지를 받는 점도 궤를 같이 한다. 정 전 위원장이 중소기업쪽으로 쏠려 있던 입장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