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을 연기하는 등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과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상장 예정이었던 호주 의류기업 패스트퓨처브랜드(FFB)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앞선 15일에는 올해 IPO시장 최대어로 손꼽히던 현대오일뱅크도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애경화학, AK캠텍, 해태제과, 웅진패스원 등 다수의 대기업 계열사들도 내년 이후로 상장을 연기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예정기업이 잇따라 상장을 연기·취소 하는 등 올해 IPO 시장은 어느 때보다 침체돼 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기업은 총 10개사로 전년동기 34개사에 비해 크게 줄었다.
IPO시장이 부진한 것은 증시 하락으로 적정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공모가격은 동종업계의 주가에 할인율을 적용해 결정되는데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동종업체들의 주가가 떨여져 공모가격도 낮아질수 밖에 없다.
FFB도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워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과 상반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점도 상장 연기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하반기 IPO시장도 부진할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상황이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과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원상필 동양증권 연구원은 "대형 공모주가 많았던 작년 상반기보다 대부분 중소형주로 구성된 올해 상반기 평규 시가 상승률이 두배이상 높았다"며 "대어급들의 상장 연기는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과 일반투자자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주 시장에는 늘 일정금액의 공모주 투자자금이 존재하고 있다"며 "공모기업수가 줄어들 경우 상대적으로 매수세가 집중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