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 후 보증금 포기, 다시 경매…"뭔가 하자 있겠지" 대부분 기피
그러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물건을 발견했다.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S은행에서 채무자 겸 소유자인 A의 근린시설에 임의경매 신청을 한 사건이었다.
매각허가 결정이 된 후 낙찰자가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보증금이 2배(20%)로 늘어나 있었다.
신씨는‘왜 재매각으로 나온건지 이유부터 알아보자’라는 생각으로 해당 상가의 권리분석에 들어갔다.
경매에서 재매각이 이뤄지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매수인이 돈이 없어서 매각대금을 내지 못한 경우다. 이 때는 재매각 물건을 적극적으로 공략해도 별 무리가 없다.
두번째는 매각대금의 10%를 포기하는 게 나을 만큼 큰 하자가 있는 물건일 수 있다. 즉, 매각허가결정을 받은 후에 권리분석을 잘못했음을 깨닫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신씨가 찍은 상가의 경우 후자에 속하는 듯 싶었다. 일단, 이 상가의 말소기준권리는 S은행의 근저당 2억원으로 그 이후 권리들은 모두 소멸하므로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였다. 근저당 설정일은 2001년 12월 27일 이었다.
다음으로 살펴볼 부분은 바로 임차인. 말소기준권리보다 임차인들이 전부 후순위이니 보호대상은 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지 살펴봐야 했다.
최우선변제권이란 임차주택 경·공매 시 보증금 중 일정액을 선순위 담보물권자보다 먼저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다. 전입일자가 늦더라도 임차인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선순위 권리자보다 보증금 중 일정액을 최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임차인이 최우선변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이 상가임대차보호법상의 소액 범위(첨부 표 참고)에 포함되고, 경매 개시 결정 전에 대항력 요건(사업자등록, 점유)을 갖춰야 한다. 또 임차주택이 경매 또는 공매 시 배당 요구 종기일까지 배당 요구를 해야 한다.
이 상가에는 3명의 임차인이 있었다. 보증금 및 월세를 살펴보니 임차인 A씨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 B씨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5만원, C씨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이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상의 최우선변제가 근저당 등 최우선순위담보권보다 후순위에 있는 소액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법이 2002년 11월 1일부터 발효됐기 때문에 이전의 근저당은 소액 보증금 임차인의 최우선변제보다도 먼저 전액 변제된다.
즉, 신씨가 입찰하려는 상가는 말소기준권리인 S은행의 근저당이 상가임대차보호법 발효 이전에 설정됐기 때문에 소액임차인들은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반면, 선순위 저당권 설정일이 2002년 11월1일 이후라고 가정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때는 저당권 설정일이 ‘2002년 11월1일~2008년 8월20일’ ‘2008년8월21일~2010년7월25일’ ‘2010년7월26일 이후’ 중 언제에 해당하는지, 또 지역별로 다른 소액보증금 및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 범위에 충족하는지에 따라 임차인의 최우선변제 여부 및 금액이 가려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신씨는 이 상가가 재매각으로 나온 이유가 권리상 큰 하자가 있어서가 아니라,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에 신씨는 시세 대비 60%대의 가격에 입찰을 해 낙찰 받는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상가는 주택에 비해 권리관계가 복잡한 탓에 경쟁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재매각으로 나온 물건은 더욱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신씨처럼 재매각된 이유가 뭔지 철저한 분석을 거친다면 다른 입찰자와의 피말리는 경쟁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신씨는 “수년간 경매를 하면서 깨달은 점 중 하나는 남들이 꺼려하는 물건일수록 보물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며 “재매각으로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피할 게 아니라 그 이유가 뭔지 알아내 입찰하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