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관심없는 채권단의 횡포
중견 건설사들이 M&A시장에 대거 등장한 가운데 채권단이 기업회생보다는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하다 보니 매각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 입장에서 매각은 가장 손쉽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단이기에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건설사로서는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 재정이 탄탄하지 못하거나 경영마인드가 갖춰지지 않은 기업에 넘어갈 경우 자칫 제2·제3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워크아웃 제도 역시 채권단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풍림산업의 법정관리 신청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장 2곳의 주채권은행인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지원 중단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채권단의 3차 자금지원을 기다리던 우림건설도 최근 채권단이 지원안을 부결하면서 법정관리를 택하게 됐다.
“워크아웃 기간 중 어느 정도 채권회수를 한 은행들은 추가 지원을 봉쇄해 버린다”, “채권단은 기업 생사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게 워크아웃 건설사들의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본래 워크아웃 제도는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으로 기업은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채권단은 만기유예나 채무를 줄여주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상당수 채권은행들은 기업재무구조 개선에 앞서 자산매각 등의 방법으로 채권 회수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채권은행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보는 반면, 사업장별 PF대주단으로 속한 금융권에서는 최우선 자금회수를 원해 이들간 갈등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 구조조정이 정부 주도아래 추진된 것과 달리 최근에는 전적으로 채권단의 주도로 건설사의 생사가 갈리고 있다”며 “채권은행 간 이견을 조정·조율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사 신용등급 하향을 추진하고 있어 건설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실제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1일 두산건설의 회사채 및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A-이하인 건설사는 회사채 발행을 해도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받기 힘들어 자금상황이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며 “이는 곧 미착공 PF 사업장을 양산하는 악순환 고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