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증시가 조정세를 보이면서 ‘5월에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는 미국 증시의 격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는 이 격언이 틀릴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5월에 팔고 떠나라’는 말이 월가의 격언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과거에 뉴욕증시가 5월부터 약세로 기울어 가을까지 이른바 약세장을 이어가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이다. 연초에 몰린 퇴직금과 보너스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시장을 떠나면서 거래량과 수익률이 급감하게 된다는 것.
지난 2010년과 2011년 5월에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위기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이 격언은 점점 정설로 굳어가고 있다. 올해 5월에도 프랑스와 그리스가 정권을 교체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다시 약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부터 5월 이후 미국 주식형 펀드가 환매되고 있지만, 올해에는 환매가 재현될 가능성이 낮다”며 “가계 저축의 근원인 고용이 늘고 있는데다, 미국 경기의 회복으로 임금이 상승하고 있어 실질 구매력이 보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올해는 유럽의 정치 이벤트가 시장에 미칠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5월에 주식의 비중 확대를 권한다고 전했다.
5월부터 증시가 약세로 돌아선다는 사실이 우리증시에서는 크게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공교롭게 2010년과 2011년에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5월 이후 증시가 약세를 보여 이 격언이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5월에 펀드매니저들이 1분기를 정리하고 장기휴가에 들어가 거래량이 대폭 감소하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증시는 연말연초를 제외하고는 큰 계절적 영향을 받지 않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모멘텀이 둔화되고 있지 않고 유럽문제도 그리스 빼고는 진정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는 ‘5월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이 빗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6~2011년 증시에서 5월의 코스피지수 상승률 평균은 -0.25%로 약세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12개월의 절반이상인 7개월의 월별 코스피지수 평균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그 중 5월의 평균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1월의 평균 상승률이 -3.09%로 가장 낮았고 이어 8월(-2.85%), 10월(-2.44%), 11월(-1.61%), 2월(-1.29%), 6월(-1.27%) 등의 순으로 월별 코스피지수 평균 상승률이 낮았다. 이에 비해 4월의 코스피지수 평균 상승률이 6.36%에 달해 가장 높았다. 3월(4.90%), 7월(3.91%), 12월(3.14%), 9월(1.70%)이 뒤를 이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코스피지수가 1800대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지금이 거의 바닥권인 것으로 봐야한다”며 “유럽문제 등 이미 시장에 다 알려진 악재를 제외하면 앞으로 특별히 주가가 하락할 요인이 없어 오히려 5월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