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용품 구매도 눈치 봐야…법인카드 한도 반토막 나버려
A건설사 임직원들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나름대로 국내 굴지의 건설사라고 이름을 날렸지만 이제 커피믹스 하나를 사더라도 채권단의 눈치를 봐야했기 때문이다.
대외 활동이 많은 임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채권단에서 법인카드 한도를 반토막으로 줄여 놓은 데다 그나마도 사전에 결제를 받아야 쓸 수 있어 법인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사업부서에서 업무추진비로 외부인사와 점심을 먹으려 해도 관리인의 눈치보기가 일쑤다. 워크아웃중인 건설사 한 직원은 "업무추진비 등을 줄이는 거야 이해하지만 사실상 사용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며 "외부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분개했다.
채권단은 분양을 하기 위한 중도금 대출과 운영 자금을 비롯한 건설사의 자금줄을 옥 죄고 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는 채권단 동의없이 자금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한게 현실이다.
심지어 홈페이지 개편이나 보도자료 내는 것 등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채권단으로 부터 제약을 받아야 한다.
워크아웃 중인 B건설사의 한 직원은 "'꼭 이런것 까지 결재를 받아야 되나?'하는게 한두개가 아니다"면서 "채권단이 상주하면서 회사 인감도장을 관리하고 있고, 사소한것 하나하나 다 결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란 타이밍이 중요한데 검토, 허가 등의 절차를 밟고 나면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건설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불필요한 것까지 다 딴지 거는 경우가 많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워크아웃 중인 B건설사의 한 직원도 "홍보비용이 대폭 삭감되서 분양광고 하나 마음대로 못 낸다"면서 "그 뿐 아니라 사무용품 하나 사는 것도 결재라인을 통해서 이뤄진다" 고 하소연했다.
C건설사 직원은 "채권단 눈치가 보여서 출근을 30분 정도 빨리한다"면서 "워크아웃 기업은 실제적으로 사장이 두명이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채권단에서 파견나온 관리인의 전횡도 문제다. D 워크아웃 건설사는 "'젊은 사람이 너무 하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채권단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 개인적으로 금품 향응을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