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연구원 소속따라 연구방향 달라져

입력 2012-04-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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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硏, 정부정책 타당성 입증…민간硏, 정부 규제 반대 의견

우리나라 대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세종시 이전 시기가 가까워 오자 민간연구소들은 내심 KDI의 우수 인력들이 민간연구소로 유입될 것을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KDI 연구위원들의 대다수가 민간연구소가 아닌 대학으로 이동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KDI 관계자는 “국책연구기관과 달리 민간연구소들은 대기업 입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 성격이 달라 세종시 이전이 확정된 후 연구위원들이 대부분 대학으로 갔다”라고 말했다. 민간에 비해 대학은 정년에 대한 안정감이 더 있고 국책연구기관에서 정책연구 경험을 가지고 대학으로 가면 유리한 면도 있다는 것.

위의 사례처럼 소속연구소가 민(民)이냐 국(國)이냐에 따라 연구원들의 연구 방향과 방식이 크게 다르다.

민간연구소들을 대부분 기업에 의해 설립된다. 이는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 우리나라 대표 민간연구소들의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민간연구소는 주로 정부의 규제에 반대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펴는 반면 국책연구기관은 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주로 낸다. 연구방향이 정반대인 것이다.

연구방식도 크게 차이가 난다. 문지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책연구기관은 정책에 토대가 되는 기초 연구를 긴 호흡을 가지고 하는 반면 기업은 세상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민간연구소에서는 ‘스피드’가 생명이다”라고 설명했다.

민간연구소는 국책연구기관과 달리 경쟁이 더 치열하게 이뤄지는 것도 특징이다. 보통 기관별, 개인별로 다르지만 유수 기관들의 연구자들의 연봉은 7500~8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과급이 국책연구기관에는 거의 없는 반면 민간에서는 활발하다. 이에 따라 민간연구소의 경쟁 유인책이 더 발달돼 있다는 분석이다.

성과급이 거의 없는 국책연구기관은 대신 정년이 민간에 비해 더 안정적이다. 민간은 기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보통 정년이 55세인데 반해 국책은 최고 61세까지 보장된다. 대학은 평균 정년이 65세로 더 길다.

국책이 민간연구소에 비해 더 보수적이라는 평도 나온다. 유수 연구기관에서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는 한 연구위원은 “KDI에는 현재 국내 박사 출신이 아예 없는 등 국책연구기관이 오히려 학력차별이 더 심하다”며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은 능력만 있다면 석사, 박사 학력을 따지지 않는 등 철저히 능력위주의 경쟁이 이뤄지는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국책과 민간연구원들의 애로 사항은 비슷하다. 그는 “연구결과를 발표할 때 국책 연구원들은 정부편에, 민간 연구원들은 대기업편에서 유리하도록 윗선 눈치를 보며 연구결과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사실”이라며 “연구원들이 이런 갈등을 보고서에 돌려서 담아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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