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상법‘허와 실’]경영 자율성 증대 vs 재벌 지배력 강화

입력 2012-04-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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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규제 완화 자금조달 쉬워져…창업기회 확대 ‘제2 벤처 붐’쉬워져

작년 3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이 지난 15일 시행에 들어갔다.

주로 상법 회사편의 개정 법률이 대부분인데 기업 활동에 있어 중요하고 큰 변화들을 담고 있는 만큼 시행 이후에도 기대 효과와 부작용 등으로 두 개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창업 기회가 넓어지고 신속한 자금조달의 용이, 제2의 벤처 붐 등 낙관론과 함께 소액주주의 견제력이 약화돼 재벌 총수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유한책임회사 등 새로운 회사 형태의 도입과 주식 종류의 다양화, 기업 선택에 따른 집행임원제의 실시, 회사 기회유용 금지의 성문화, 자기 거래의 승인대상 확대, 이사의 책임제한, 소수주식의 강제 매수제도, 합병대가의 유연화 및 준법지원인제 도입 등 일반인이 듣기에는 이번 개정 상법의 내용은 개념조차 생소하다.

어려운 내용이 많고 새로 시행하는 제도가 수두룩 하다보니 양적·질적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법률전문가들이나 기업인, 시민단체, 소액주주 등이 적지 않은 공청회와 학술발표 등을 통해 개정 법률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은 이미 드러난 상태다.

▲7년여만의 입법작업 끝에 상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개정 상법에는 기업의 자율성 제고와 제2의 벤처 붐 기대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 문제점도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먼저 개정상법 시행의 가장 큰 의의를 묻는 대목에는 역시 기업의 자율성을 강화해 경영의 편의가 제고되는 효과가 거론된다. 새로운 회사 형태가 도입돼 중요한 지식기반 및 정보기술(IT) 사업 활성화에 도움이 돼 소규모 창업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개정상법 시행 열흘 전인 지난 4일 “개정상법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여 경제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당한 자기거래가 원천봉쇄되고, 유한책임회사와 합자조합 등 새로운 지배구조를 통해 제2의 벤처 붐이 일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개정상법에 대한 정부의 눈높이는 일단 이에 따른 부작용 보다는 기업 규제 완화에 따른 전반적인 경영자율성이다. 주식과 채권발행 관련 규제가 대거 풀리기 때문에 신속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일반인들의 투자 대상도 늘어난다.

합병과 구조조정의 수단도 다양해져 관련 시장의 팽창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사들의 책임을 줄이는 대신 권한을 늘려 의사결정 과정을 용이하게 한 것도 회사 입장에서는 신속한 의사 결정을 가능케 해 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상법은 기업의 경영효율화를 극대화하고 지배구조 개선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소액주주들은 소수주식 강제매수제도를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95% 이상 대주주가 5% 미만 소수 주주 주식을 공정한 가격에 강제로 매수해 1인 회사로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소수 주주가 기업 활동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지난 4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 부분에 대해 “소수 주주권 등 주주들의 권한을 무력화시키고 재벌 총수의 권한만 키운다”며 시행 중단을 촉구했다. 소수주식에 대한 강제매수제도는 ‘소액주주 축출제도’라고 규정지었다. 그러면서 “이 제도는 소액주주 운동을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기업 총수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를 없앤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적 문구가 뭐라 돼 있건 간에 소수주주의 주식을 대주주가 강제로 빼앗는 걸 법률적으로 열어놓은 것인데, 일부에서는 주식회사의 본질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제도라고 까지 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소수주주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정당화되면 일상적으로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전횡이 발생해 갈등이 심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회사의 이익이 중차대한 경우에만 예외로 허용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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