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걸리면 일단 도망쳐라?"…결국 '김호중 방지법'까지 등장 [이슈크래커]

입력 2024-06-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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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호중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가수 김호중의 행적이 '역대급'입니다. 그의 이름을 딴 지역 명소가 등장한 데 이어 이젠 '법'까지 등장한 모습입니다.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논란처럼, 음주운전 사고 뒤 도주하고 추가로 음주해 음주 측정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최근 구속기소된 김호중의 기소 단계에서 음주운전 혐의가 빠졌습니다. 정확한 음주 수치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김호중이 음주운전을 직접 인정하기도 했지만, 해당 혐의가 정작 빠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센 상황인데요. 이 맥락에서 결국 김호중의 이름을 딴 '김호중 방지법'까지 발의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겁니다.

▲가수 김호중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김호중, 음주운전 혐의 빠진 이유…술 더 마신 전략 통했나?

검찰에 따르면 김호중은 지난달 9일 오후 11시 44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술을 마셔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승용차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도로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나고, 매니저 장모 씨에게 대신 자수를 시킨 혐의를 받습니다.

김호중은 사고 약 50분 뒤 장 씨와 옷을 바꿔 입은 후, 소속사 다른 매니저가 운전하는 카니발 차량을 타고 경기도 구리시의 한 모텔로 도피했는데요. 근처 편의점에서 일행과 함께 캔맥주를 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부분에선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일부러 추가 음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죠.

김호중은 줄곧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다가 사고 열흘 만인 지난달 19일 소속사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음주운전을 시인했습니다.

검찰은 사건을 송치받은 후 추가 수사를 통해 사고 약 1주일 뒤 장 씨가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의 이광득 대표 지시로 김호중의 사고 후 도주에 쓰인 카니발 차량의 블랙박스 저장장치를 제거한 사실을 확인했는데요. 장 씨와 이 대표에게 각각 증거인멸 혐의와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추가 적용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김호중을 재판에 넘기면서, 음주운전 혐의는 결국 제외됐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김태헌 부장검사)는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김호중을 구속기소했는데요. 경찰이 지난달 말 김호중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포함했던 음주운전 혐의가 결국 기소단계에서 빠진 겁니다.

검찰이 김호중을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하지 못한 건 그가 사고를 낸 직후 도주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요. 경찰은 김호중이 술을 마신 것으로 의심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지만, 그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는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시간 경과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해 사고 당시 김호중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정지 수준인 0.031%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검찰도 "김호중의 아파트와 주점 등의 CCTV를 분석해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음을 규명했다"고 밝혔죠.

다만 검찰은 당시 김호중이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술을 마신 점을 고려했을 때 역추산만으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로 법원에서는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수치가 '추정'에 기반한 것이라며 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곤 합니다.

검찰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피고인들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은폐해 김호중의 호흡 또는 혈액 측정에 의한 음주 수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사법 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죠.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소속사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지위에 있던 김호중이 운전자 바꿔치기 등의 사법 방해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검찰 판단입니다.

▲가수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관련해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를 받는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구치소로 이감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음주운전 혐의 빠지자 공분 ↑…"김호중 따라하는 음주운전자 많아질 듯"

사실 김호중이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는 사건 초기부터 제기된 바 있습니다. 위드마크의 증거 능력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위드마크 공식이 인정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는 방송인 이창명의 음주운전 무죄 판결입니다.

이창명은 2017년 4월 교통사고를 낸 뒤 9시간여 만에 경찰에 출석했습니다. 이창명은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이창명이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합리적 의심은 들지만, 술의 양이나 음주 속도 등이 측정되지 않아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음주 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고 미조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됐죠.

이에 김호중이 뒤늦게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했어도 해당 혐의에 대해선 처벌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 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혐의를 입증할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호중의 음주운전 혐의가 제외되자, 공분은 거세졌습니다. 네티즌들은 "음주운전은 도망이 답이냐", "'술을 먹고 운전했는데 사고를 냈다'고 자백한 녹음 파일이 있는데 왜 기소를 못 하냐", "앞으로 김호중 따라 하는 음주운전자들 많아지겠다" 등 반응을 보였는데요.

반면 "음주운전 안 걸리려고 도망가는 순간 도주치상이 추가돼 형이 더 올라간다", "자수했으면 음주운전·위험운전치상으로 기소될 걸 김호중은 도주치상까지 추가됐다", "위험운전치상혐의가 음주한 상태에서 운전으로 상해를 입혔다는 말이다. 위험운전치상 형량이 더 높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가수 김호중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호송차에 타 있다. (연합뉴스)

음주운전 혐의 빠졌지만, '사법방해 행위' 강조한 셈?…칼 가는 검·경

김호중 사건은 그간 암암리에 이용되던 공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운전자를 바꿔치기하고, 아예 현장을 벗어나 음주 측정을 피하고, 추가로 음주하는 등 과정은 전형적인 음주운전 도피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반 뺑소니보다 음주 뺑소니 사건이 처벌이 더 강한 만큼, '술'에 대한 부분을 지우려 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죠.

그러나 상황이 김호중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전망은 아닙니다. 일단 경찰과 검찰 모두 해당 사건을 주시하는 상황인데요. 김호중 측은 피해자와의 합의가 늦어졌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자, "경찰이 피해자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아 합의가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이에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정보인데 경찰이 번호를 알려주면 안 된다. 안 알려준 경찰이 규정을 잘 지킨 것"이라며 "본인이 피해자를 확인해서 택시회사를 찾는다든지 노력해야지, 경찰을 탓할 게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사실을 짚었죠.

검찰은 아예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 단계부터 경찰과 협력해 사법 방해에 대한 관련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하고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며 "공판 단계에서는 양형의 가중요소를 구형에 반영하고 판결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상소 등으로 적극 대응하라"고 일선 검찰청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속영장 발부 과정에는 이례적으로 담당 검사가 직접 출석해 구속을 이뤄냈죠.

검찰은 김호중의 사고 후 추가 음주 논란과 관련해서 처벌 규정 신설을 법무부에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건의안에는 교통사고 후 적발을 피하기 위해 추가 음주할 경우 음주 측정거부와 동일한 형량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대검찰청은 지난달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피의자, 피고인과 사건관계인이 범죄 후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형사사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시도가 이어져 국민 염려가 커지고 사법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구체적인 사례로 △음주 운전·교통사고 운전자 바꿔치기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법률상 용인되는 진술 거부를 넘어선 적극·조직·계획적 허위 진술 △진상 은폐를 위한 허위 진술 교사·종용 △증거 조작과 증거인멸·폐기 △위증과 증거위조 △경찰·검찰·법원에 대한 악의적 허위 주장 등을 제시했죠.

국회에는 '김호중 방지법'이 발의됐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음주운전 단속을 회피하기 위해 추가 음주 행위를 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부과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는데요. 개정안은 술에 취한 상태의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술을 추가로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신 의원은 "음주운전은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특히 의도적인 추가 음주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사법절차를 고의로 방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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