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강행할 경우 한반도 긴장 급속 고조할 것”
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의 ‘축포’로 쏘아올린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3호 로켓 발사가 실패로 끝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CNN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날 “김정은의 권력 승진과 직결된 로켓 발사가 실패하면서 상당한 망신을 당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로켓 발사를 강행한 데는 김정은 체제의 조기 안정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나타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에 대한 북한 내부의 불만이 증폭된 것을 잠재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번 로켓 발사가 김일성의 100주년 기념일인 15일을 앞두고 외국 언론을 대거 초청한 가운데 과시용 이벤트로 치러진 것도 이를 방증한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 11일 치러진 제4차 노동당대표자회에서는 당 규약을 개정해 김정은을 노동당 제1비서와 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는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장직 추대를 예고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권력승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25일 인민군 창건 80돌 행사까지 겹쳐진 일련의 ‘4월 행사’는 3대 세습 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로켓 발사는 그 ‘축포’ 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북한의 노림수는 상당부분 퇴색될 수 밖에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로켓 발사 실패를 덮기 위해 핵실험 강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나름대로 전략적인 일정과 목표를 수립해 놓고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핵미사일 개발을 전술적으로 앞 순위에 놓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실패와 성공 여부를 떠나서 유엔 안보리 논의가 규탄이나 제제 쪽으로 결론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한은 결국 핵실험쪽으로 갈 것으로 본다”면서 “북한이 미국의 식량지원까지 포기하면서 로켓을 발사했기 때문에 핵실험을 안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상반기 한반도 주변 정세가 경색국면으로 갈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미국은 이날 북한의 로켓 발사로 약속된 식량지원 철회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재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를 실패로 규정하는 데 따른 부담감으로 대화 모멘텀을 마련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저녁 11시(한국시간) 긴급 회의를 소집한 상태고 강도높은 결의안이나 의장 성명 채택이 유력시되고 있다.
북한을 감싸온 중국의 태도가 변수다.
중국은 앞서 북한에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이 체제 정비와 관련 내부 결속을 위해 ‘외적 역경’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치 국면을 오히려 반길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은 이번 4월 파티 이후에 체제를 정비해야 하는데 외부로부터의 긴장 관계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 “한반도 관련국들이 정권 교체기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내년에 새로운 모멘텀을 기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로켓 발사 실패로 인해 북한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와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북한이 대화쪽으로 분위기를 전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