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의 역습]동거·혼외출산‘색안경’시선…임대주택도 결혼가정 우선

입력 2012-04-12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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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선 비혼들

“비혼을 아시나요?”

비혼이란 ‘결혼을 선택하지 않음’을 말한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미혼’과는 달리 혼인 상태가 아님을 보다 중립적으로 나타낸다. 개인은 결혼을 선택할 수도,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는 미혼, 기혼이라는 구분이 제도적·사회적으로 보편화돼 있다. 결혼은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인생 지상과제 중 하나로 여겨졌다. 또 결혼이라는 전통적이고 안정적인 제도를 통해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미혼과 기혼의 이분법적인 구분틀은 결국 한 개인에게 결혼이라는 특정한 선택을 강요한다. 이는 결혼을 한 삶의 형태가 보다 우월하다는 편향된 시각이 내포돼 있음을 뜻한다.

특히 동거와 혼외 출산에 보수적인 우리사회에서 비혼모(부)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보편적인 복지에서 소외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200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20세 이상의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혼모와 그들 자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비혼모는 동성애자 다음으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집단이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비혼모는 ‘이웃으로서 거부감이 드는 가족형태’에 대한 질문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설문에 참여한 60% 이상의 사람들은 비혼모를 ‘판단력과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규정했고 ‘성적으로 부도덕’ 하며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이들도 40% 이상이었다.

이와 함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양육미혼모 지원 복지서비스 개선방안’에 따르면 임신 초기에는 비혼모의 75.9%가 소득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나 이는 출산 이후 급격하게 떨어져 49.6%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대부분의 비혼모들은 경력 단절과 소득감소를 경험하지만 이들을 위한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한 비혼모 여성은 “소위 부모와 자식이라는 정상가족 범주에 들지 못하면 모든 제도에서 소외된다”며 “1인 가족과 비혼모(부)를 위한 사회적 토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혼자 사는 비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단 전세자금의 경우 35세 미만은 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 임대주택도 결혼한 가정에게 우선순위가 주워진다. 이 때문에 혼자사는 비혼자의 경우 주거 불안에 시달린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김영철 연구위원은 “유럽의 경우 동거형태의 가정이 확산되고 결혼이 아닌 동거상태에서의 출산도 점차 일반화 되고 있다”며 “우리사회도 미혼율이 상승하고 비혼인구가 증가하는만큼 젊은이들의 보다 유연한 생활 양식이 부작용 없이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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