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싸움 점입가경…국민 의약주권은 어디에

입력 2012-04-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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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분쟁조정법·만성질환관리제 불참 선언

정부와 의사들간의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이다. 정부가 고혈압·당뇨병 환자들의 진찰료 부담을 덜어주는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사고 피해를 보다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기 위한 의료분쟁조정법이 지난 1일과 8일부터 각각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반대의견을 밝혀 온 의사들이 전면 불참을 선언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국민을 위한 제도가 정부와 의료계간의 불협화음으로 초기 정착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될 것이란 우려다.

대한의사협회는 8일 노환규 회장 당선자와 16개 시도 의사회장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전면 불참과 의료분쟁조정 거부를 결의했다. 지금까지 정부와 의료계가 수차례 협의를 거쳐 만성질환관리제의 독소조항을 많이 제거했으나, 여전히 환자의 선택과 의원의 등록절차, 환자의 개인정보 누출 위험과 보건소의 개입 여지, 1차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 요소 등 의료계가 우려하는 요소들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성명을 통해 “보건복지부가 만성질환자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고 1차 의료기관 방문을 유도할 순수한 의도를 가졌다면 선택과 등록 절차를 없애고 모든 고혈압·당뇨 환자들에게 동일한 진료비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 또 의료분쟁조정제도 대한 독소조항이 없어질 때까지 참여를 거부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의협은 “현재 방침대로 의료분쟁조정위원회 구성에 협력하지 않고 모든 회원들이 의료분쟁조정에 참여거부를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법인에 자문한 결과 의료분쟁조정제도는 절대적으로 의사가 피해를 보는 제도라는 답을 들었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이들 제도 시행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이 장기화할수록 소비자들의 의약주권은 더욱 위협받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는 전임 의협 집행부의 동의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노 당선자를 이를 반대해왔다. 이에 따라 신임 의협 집행부는 “복지부는 기존 합의사항과 무관하게 신임 집행부와 다시 재논의 해달라”며 반대 결정을 내렸지만 동네 의원들이 얼마나 동참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개원의들 중 만성질환관리제에 수긍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미 고혈압·당뇨병 환자들이 동네 의원에서 만성질환제 혜택을 받기 위해 신청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린다면 환자들의 혼란과 피해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들의 의료분쟁조정제도 반대에 대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관계자도 “이미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에 들어간 상황에서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시급하다”며 “초기 정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충분한 협의와 조정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분쟁조정제도 도입으로 의료사고 피해를 입은 환자들은 의료분쟁을 90일 이내 저렴한 비용을 해결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분쟁 조정이 여의치 않아 진료에 차질을 빚는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며 “결국 제도 시행의 이득은 의료계에게 되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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