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의 머니전쟁]상폐된 주식을 어찌할꼬?

입력 2012-04-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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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용 증권부 차장

‘상장폐지’는 보유한 주권(株券)이 휴지조각이 되는 순간이다.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단어기도 하다.

“소주 값이라도 건질까? 그냥 포기하고 묻어둘까?” 상장폐지가 확정된 기업 주주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불안과 공포심리가 지배하지만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정리매매를 통한 헐값 처분 △재상장을 노린 보유 △장외거래를 통한 매도 등 크게 세가지지만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던 꽤 긴 기다림과 출혈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가슴 아프지만 정리매매를 통해 주식을 처분하는 게 낫다.

상폐 이후에도 회사 나름의 수익모델이 있다면 헐값 처분보다 훗날을 기약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회사 재무제표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증시 퇴출이 곧 회사 파산이나 청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의 경우 무작정 재상장을 노리고 장기 보유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지극히 낮다.

실제로 국내 증시 50년 역사상 상장 폐지이후 재상장된 사례는 동양강철, 애강리메텍, 씨앤비텍, JS전선, 진로, 만도 등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재상장을 위해서는 신규상장과 비슷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최소 3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 역시 부담스럽다.

어렵게 정리매매를 통한 주식 처분을 결정했어도 주의해야 할 점이 꽤 많다. 정리매매는 가격제한폭 없이 30분 가격으로 단일가 호가를 받아서 계약이 체결된다.

그나마 손실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리매매 개시 2~3일 내에 분할해서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다. 정리매매 기한이 임박 할수록 ‘묻지마 매도’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은 만큼 주가는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간혹 정리매매 주식을 상대로 ‘폭탄 돌리기’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있지만 위험한 발상이다. 정리매매의 가격제한폭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불과 몇 십 원 대로 폭락한 주식을 사서 차익을 남기려는 행위지만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간혹 이상 급등 사례가 발생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투자자들이 손실 만회의 수단으로 여기고 매수에 동참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이 대다수인 만큼 말 그대로 단기적인 가격 왜곡 현상에 불과하다.

7일간의 정리매매 기간 동안 급등을 했던 종목들은 대부분 장 마감을 앞두고 급락, 최저가인 5원에 거래를 마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리매매를 마치고 상장폐지가 됐다면 다른 방법으로 투자금 회수를 노려야 한다.

회사가 존속되는 경우 회생 등을 통해 장외거래로 기사회생을 노릴 수 있고 청산된다면 보유 주식수에 비례해 청산금을 분배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리매매 종목들이 회생가치가 크지 않은 회사들인 만큼 실제로 기대할 게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래저래 개미들의 잠 못 드는 밤, 잔인한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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