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륭전자 흑자의 교훈

입력 2012-04-0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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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용 증권부 기자

상장폐지 기로에 선 많은 한계기업들이 자구책 보다는 소액 증자를 남발하거나 위험한 머니게임에 뛰어들고 있다. 상폐 전에 한몫 챙기려는 경영진의 부도덕성과 머니게임에 취약한 코스닥의 구조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이런 점에서 국내 노사분규의 대명사였던 기륭전자의 회생과 흑자전환이 던지는 시사점은 꽤 의미가 있다.

위성라디오 내비게이션 셋톱박스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2004년 매출 1711억원,영업이익 220억원을 기록하던 알짜회사였다. 하지만 노조 파업으로 2007년에는 매출이 447억원으로 급감했고, 영업이익 역시 26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파업은 지난 6년간 경영진이 세차례나 교체됐고 사측은 파업을 피해 구로공장에서 대방동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하기도 했다.

존폐의 기로에 선 기륭전자의 선택은 ‘노사화합’을 통한 회사 살리기.

5년 연속 적자기업으로 관리종목 지정이 유력했지만 노사간의 강력한 자구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1년 영업이익은 10억원 수준으로 지난 2004년에 비해 20분의 1에 불과하지만 회사 회생의 기본 전제조건이던 흑자전환 달성을 위해 직원들이 감내해야 했던 노력은 상상 이상이다.

회식비까지 아끼면서 2010년대비 고정비용을 63% 줄였고 어려운 회사 환경에서도 연구-개발(R&D)에는 과감했다. 특히 적절한 시기에 주가부양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감소를 시행함으로써 회사는 200원대의 주가를 1700원대로 상향 안정화 하는 등 주주가치를 높이고 대외신인도를 회복했다.

12월결산 상장사 22곳이 증시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7곳은 이미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기존 한계기업들의 퇴출과 자정 노력으로 전체 숫자는 예년에 비해 줄었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하나하나가 너무 아프다.

상폐위기에 처한 기업들 대부분이 자구 노력은 소홀한 반면 한탕을 노린 문어발식 사업 확장 부작용과 경영진의 배임·횡령건에 연루돼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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