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시행사·분양대행사 유착…‘순한 돈’ 노린 ‘독한 유혹’

입력 2012-03-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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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형부동산 무엇이 문제길래…

부동산 투자자·실수요자들이 과거에 비해 많이 똑똑해졌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그러나 막상 시장을 들여다보면 거짓 정보에 속아 돈을 잃는 피해자들이 여전히 많다. 특히 최근에는 수익형 부동산 바람을 타고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허위·과장 광고에 속아 계약을 했다며 법에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 걸까? 이를 알려면 먼저, 시행사와 분양대행사의 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수익형 부동산 분양계약시 허위-과장광고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오피스텔 예비청약자와 모델하우스 직원의 상담 모습.
◇ “우리도 좀 끼워주세요” 영원한 ‘갑-을’ 관계의 그들 =통상적으로 건물을 짓는 회사를 ‘시공사’, 분양 사업을 총괄하는 회사를 ‘시행사’, 분양업무만 별도로 수행하는 회사를 ‘분양대행사’라고 한다.

흔히 김○○ 실장, 박○○ 부장 등 모델하우스나 분양사무실에서 방문객들을 직접 대면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은 분양대행업자이거나 분양대행사 직원(이하 ‘분양대행업자’로 통칭)이다. 전화를 걸어와 “고객님, 좋은 투자처 있는데 소개시켜 드릴게요” 등의 멘트로 투자를 권유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다수 분양대행업체는 워낙 소규모인 데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가 분양이 끝나면 해산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들은 계약건수에 따라 시행사로부터 일정 수익을 받는다. 수수료는 분양대금의 5~10% 선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대행업자의 경험이나 기존 성과, 광고집행 여부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며, 이는 시행사와 분양대행업자간 사전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또한 분양대행업자이든 직원이든 간에 기본급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철저히 성과급제로 돌아가는 게 업계 관행으로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약 제일주의’가 자리잡게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계약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풍조가 생겨나고, 실제보다 상품을 과대포장하는 것도 일종의 ‘노하우’로 인식된다.

분양대행업체 대표 K씨는 “잘 될 것 같은 사업은 시행사가 직접 분양을 하거나 관계가 긴밀한 1~2개 분양대행업체만 끼고 분양을 한다. 악성 미분양 등 골치 아픈 사업에 주로 대규모의 분양대행 인원들이 투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씨는 또 “시행사와 분양대행사는 공생관계라기 보다는 영원한 갑-을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때로는 시행사가 열댓 개의 분양대행업체들을 모아놓고 능력을 평가한 후 편애를 하기도 한다”며 “일단은 잘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시행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경기침체에 발 디딜 곳 줄어…계약자 모시기 ‘전쟁’=부동산경기 침체의 여파에 따른 업계의 과잉경쟁 현상도 허위·과장 광고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빠뜨릴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분양대행업자는 넘쳐나는데 팔리는 상품은 한정적이다 보니 계약 유치를 위한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최근 서울 강남지역에 분양한 한 오피스텔에는 분양대행업체 수만 8팀이 참여했으며, 상담에 투입된 인원만 70~80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사업 파트너가를 되기를 원하는 분양대행사를 굳이 쳐낼 필요가 없다. 어차피 계약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므로 분양대행업자를 많이 끼든 적게 끼든 비용 차이가 없는 데 반해, 분양대행업자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홍보 효과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분양대행업체 대표 B씨는 “수익형 부동산 바람이 예전만 못한 것 같아요. 상가는 특정지역 아니면 잘 안되고,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도 역세권이 아니면 입질이 거의 없어요”라며 “그래서 ‘이거 되겠다’ 싶은 현장에는 분양대행사들이 벌떼처럼 몰려드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B씨는 또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 중 계약서를 받아내는 능력을 지닌 직원은 20% 정도 밖에 안 된다”며 “나머지는 들러리만 서다가 관두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1년째 계약서 한 장 못써본 직원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모델하우스 방문객 또는 전화상담 고객을 ‘내 고객’으로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는 분양대행업자들에게 있어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는 기대수익률을 뻥튀기 하거나, 허위로 계약률을 높이거나, 건물의 입지를 과장 홍보 하는 등 허위·과장 광고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팔고 나면 장땡’ 식의 무책임한 마케팅 철학이 업계에 만연한 것도 문제다.

7년째 분양대행업을 하고 있는 H씨는 “인터넷 포털 키워드 광고, 또는 유효고객(모델하우스 방문 기록이 남은 고객 등) 텔레마케팅 등을 통해 과장된 광고를 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딱히 우리만 잘못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의약품, 가전제품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껌 한통을 팔 때도 과장 없이 마케팅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억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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