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섭 대림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교수
경쟁을 피하면 성장과 발전이 더디다. 특히 스스로의 무한한 능력개발이 묻히기 쉽다. 심하면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 찍 힐 수도 있다.
골프에서도 적수들이 많다.
경쟁관계에는 천적(天敵), 숙적(宿敵), 난적(難敵), 강적(强敵), 호적(好敵) 등이 있다.
천적은 어떤 생물을 공격해 죽이거나 번식능력을 저하시키는 다른 종의 생물. 결코 어느 한쪽이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천적을 만나면 불안하다. 결코 패하지나 않을까하는 마음이 앞서서다. 천적과의 대결은 승패를 떠나 자신의 사회적, 경기력적 성장에 한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바꿔야 한다. 이러한 매치를 즐길 줄 알아야 하는 마음 가짐을 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어느 정도 천적에 대한 경쟁 준비를 하는 게 좋다. 자신에게 무언가 강한 사람은 정면 돌파보단 적절한 경쟁전략으로 상대방을 다루는 게 좋다. 또한 상대방의 강함을 인정함으로써 자신에게 모자란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숙적은 오래 전부터의 적수(敵手). 거의 대등한 관계로 맞서지만 상대를 꺾고자하는 생각만 가득하다. 때문에 항상 상대방과 지치고 힘든 도전의 연속이다. 엉뚱한 결과가 나오고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 질 수가 있다. 이는 스트레스의 근원이 될 수 있다.
난적은 맞서 싸우기에 껄끄럽다. 맞대결을 벌여 이겨도 힘겨운 상대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곤하게 만드는 전형이다. 강적은 글자 그대로 천하무적인 강한 상대다.
그나마 적수 중에 가장 좋은 관계는 호적수다. 만만한 상대다. 서로 자극이 되고 경쟁을 유도하며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는 매우 바람직한 관계다.
여러 가지 상황(구력, 핸디캡 나이, 개인의 환경적인 능력)이 비슷한 사람과 경쟁한다면 항상 게임이 즐겁고 재미나다. 때로 외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골프 역시 호적수보다 더 좋은 자극제는 없다. 비타민 같은 존재다. 이런 호적수는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지만, 다수가 되면 더욱 신바람이 날 터.
사실 호적수는 주변에 많다.
친구, 동료에서부터 가까이는 형제나 자매까지 선의의 호적수가 된다. 공통의 주제를 놓고 보다 높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 상대방을 견제하며 무한 노력을 기울인다.
필자의 두 딸은 모두 프로골퍼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호적수를 만나서 상대하며 지금껏 성장해 왔다. 지난해 시즌 마지막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한 큰 딸 희영이에게도 어렸을 때부터 호적수라고 불린 친구들이 많다. 최나연, 신지애, 지은희 등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 모두 희영이의 호적수였다. 그들 역시 희영이가 마찬가지 존재였으리라. 서로 선의의 관계에서 경쟁하고 이끌어주었기 떄문에 모두가 잘 된 것이라고 믿는다.
어떤 때는 두 딸들이 비슷한 부분에 있어서 서로 호적수가 되기도 한다. 둘째 딸 주영이는 어려서는 육상을 했다. 운동 신경으로만 보았을 때는 큰 아이보다 조금 더 뛰어나다. 하지만 골프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언니보다 항상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주영이는 언니라는 목표를 두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며 노력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빠른 성장을 보여 왔다. 희영이 역시 동생이 무섭게 커가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지만 따라 잡히지 않기 위해 기량향상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호적수는 모든 분야에 다 통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에서 호적수와 일정 기간마다 대결을 펼치거나 업무성과를 비교해 볼 수 있다면 1년이 얼마나 즐겁고 짜릿하겠는가.
이러한 호적수는 비단 골프만이 아니고 인생에서, 사회생활에서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자극제요, 성공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호적수에게는 항상 격려와 감사한 마음을 지니는 것이 좋은 매너다. 다만,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서로에게 실력 향상과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다.
/박형섭 대림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