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남발하는 세태에 대처…정책 변화 없는 안정적 정치 환경에 매력
글로벌 슈퍼리치들이 케이먼 군도에 몰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금융전문매체 스마트머니는 슈퍼리치들은 절세보다는 미국 내 만연한 소송을 피하고 정치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케이먼 군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남미 카리브해의 영국령 케이먼 군도는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알려져 있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케이먼 군도에서 설립된 역외펀드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했던 것이 알려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케이먼 군도는 법인세와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이 없기 때문에 수 많은 은행과 펀드들이 진출해 있다.
그러나 스마트머니는 미국 납세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소득을 올리든 정부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부자들이 케이먼 군도를 선호하는 이유로 보기에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인이 케이먼의 은행계좌에서 1만달러의 이자소득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내야 한다.
부자들이 자금을 은닉하는 수단으로 케이먼을 이용할 수 있지만 정부의 단속이 갈수록 강화하고 있고 해외 돈세탁 행위가 적발될 경우 받게 되는 처벌은 국내보다 더 크기 때문에 이점이 크지 않다고 스마트머니는 강조했다.
슈퍼리치들을 대상으로 자산 관리 컨설팅을 하는 전문가들은 케이먼의 가장 큰 매력은 소송을 남발하는 세태에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 소재 로펌 더건버츠의 짐 더건 파트너는 “소송을 마구 남발하는 미국에서 부자들은 좋은 목표”라면서 “부자들은 법정의 변덕스런 결정에 따라 거액의 돈을 잃을 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케이먼 군도가 소재지인 사모펀드 등에 투자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는 부자들에 대한 적개심이 커지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일부 자금을 케이먼 군도로 옮기고 있다”라고 밝혔다.
‘월가를 점령하라’ 등 1% 부자들에 대한 사회적 반발과 정부 정책·금융시스템의 변화도 부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정책의 변화가 거의 없는 안정적인 케이먼 군도의 법적 환경이 부각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이 지역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고 스마트머니는 전했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등의 투자회사들이 자회사를 설립하고 각종 투자활동을 활발히 펼치는 것도 케이먼 군도에 부자들의 돈이 몰리는 이유다.
슈퍼리치뿐 아니라 미국 공무원 연금과 교직원 연금 등 연기금도 케이먼 군도에서 설립된 각종 사모펀드의 주요 투자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