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와 보조를 맞췄다.
일본은행은 14일(현지시간)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경기 부양 차원에서 만장일치로 추가 완화를 단행하고 물가목표치를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시장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자산 매입 기금 규모를 기존의 55조엔에서 65조엔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장기금리 하락을 촉진할 목적으로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기존의 9조엔에서 19조엔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고정금리 방식의 저리 대출은 35조엔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는 작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작년 10월 일본은행은 포괄적인 금융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자산매입 기금 규모를 50조엔에서 55조엔으로 확대했다.
신문은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를 단행한 것은 디플레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기록적인 수준의 엔고가 고착하면서 일본 경제에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전날 발표된 2011 회계연도 3분기(10~12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전락했다.
작년 3분기 GDP는 전기 대비 마이너스 0.6%, 연율로는 2.3% 마이너스였다.
일본은행의 이번 정책결정회의에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 연준과 같이 장기 물가 목표치를 제시함으로써 시장과의 소통에도 배려했다는 점이다.
연준은 지난 1월 24~2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실상의 제로금리 정책을 ‘적어도 2014년 말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정치권에서는 일본은행에 추가 완화나 물가 목표치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는 압력이 잇따랐다.
일본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물가 안정 목표는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물가 안정과 이에 걸맞는 물가 상승률”이라고 지적, “소비자 물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당분간 1%를 목표로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바람직한 물가 상승률을 ‘중장기적인 물가 안정의 이해’로 애매하게 표현하고 ‘2% 이하의 플러스 영역에서 1% 정도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연준의 방침과 달리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고, 일본은행은 물가 목표치를 1%로 확정한 것이다.
도단리서치의 가토 이즈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의 발표 전 “연준이 인플레율 목표치를 제시함으로써 일본은행의 애매한 물가 목표치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개월 안에 일본은행의 소통정책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후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가 국회 증언 도중 거센 비판에 노출되는 등 정치적인 압력이 심했을 것”이라며 이번 추가 완화 배경을 설명했다.
시라카와 총재는 지난 6, 7일 참의원 예산 위원회에서 제로금리 이외에 내세울 것이 없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에 대해 강한 비난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총재 사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지난 달 FOMC 후 기자 회견에서 향후 금융정책에 대해 QE3가 여전히 검토 대상이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3일 발표된 1월 미 고용 통계에서는 비농업 부문의 고용자 수가 예상 외 호조를 보이고 실업률도 하락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QE3에 대한 기대가 피어오르고 있다.
모건스탠리MUFG증권의 사토 다케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2분기 연준이 QE3를 단행할 것”이라며 “이 경우 일본은행이 완화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엔고가 진행되기 쉽다”말했다.
그는 이것이 일본은행으로 하여금 추가 완화를 단행하게 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