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회장과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의 서로 다른 처사가 금융권 이목을 집중받고 있다.
팬디트 회장은 지난 7일 씨티그룹 창립 20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해 국내 우수 고객 초청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팬디트 회장은 국내 기자들과 자리를 함께해 고객 서비스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하 행장이 실시했던 은행 경영 방침과는 차이가 있어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날 팬디트 회장은 “은행이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금융개혁의 목표”라며 은행의 성장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만 성장하는게 중요함을 밝혔다. 얼마 전 세계 금융시장을 휩쓸었던 ‘반(反)월가 시위’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 역할을 다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하 행장은 최근 고객 서비스를 내세운 팬디트 회장의 경영 방향과는 다른 경영 행보를 이어가 고객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지난해 말 은행권이 대대적으로 수수료 인하 또는 면제 방침을 전면적으로 시행한 반면 한국씨티은행은 수수료 면제 상품을 일부 출시해 서비스 확대에 제한을 뒀다. 당시 시중은행들은 금액별, 영업시간 등의 기준으로 각각 적용됐던 수수료를 전면 면제 혹은 50% 이상 인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씨티은행은 '좋은 수수료 제로 통장'을 출시해 상품을 가입해야지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수수료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지원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은행연합회가 분석한 ‘2010년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씨티은행은 78억원 수준의 사회공헌 지원액을 출연했다. 이는 씨티은행보다 순이익이 적었던 대구·전북은행 등보다 낮은 규모였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자세도 팬디트 회장과 하 행장은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 팬디트 회장은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하 행장은 지난해 시중은행들보다 턱없이 낮은 인력을 채용했다.
지난해 말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은행권 2011년 채용실적 및 2012년 채용계획’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해에 총 288명을 채용했다. 이 중 고졸출신 행원 채용은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은행권에 고졸 채용 분위기가 확산됐던 가운데 고졸 행원을 채용하지 않았던 은행은 씨티은행이 유일했다. 이는 같은 외국계은행인 SC은행이 총 626명을 뽑으면서, 고졸 출신 행원을 94명 채용한 것과 대조되는 양상이다.
이에 씨티은행이 올해 고졸 행원 채용인원을 20명으로 늘렸지만 이는 기업(163명)·하나(133명)·신한(120명)·우리(100명)은행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 규모로 대구(20명)·부산(15명)·광주(15명)은행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