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명·고용·임금 유지 문서로 약속해라"…파업 가능성까지 거론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총파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금융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의 파업 돌입 여부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협상을 거친 후 오는 17일에 결정된다. 이 기한은 지난달 외환은행 노조가 노동쟁의조정신청을 제기한 것과 관련 지난 3일 중앙노동위원회가 1차 특별조정회의서 조정기간을 연장한데 따른 것이다.
현재 외환은행 노조는 행명유지를 비롯한 고용보장, 독립 경영, 임금수준 유지 등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고 이에 대해 문서 형태로 보장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이같은 행보에 은행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하나금융으로의 계열사 편입이 확정된 상황에서 예전처럼 강경투쟁에 나설 경우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을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즉‘피인수-인수’관계가 된 상황에서 하나금융과 기싸움을 하는 것은 은행을 위해서도 고객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 외환은행은 노조의 장기투쟁으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기철 노조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업 돌입시 발생할 수 있는 이미지 훼손과 고객 불편, 영업 차질과 같은 부작용은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답한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 노조가 지금까지 투쟁해왔던 것에 대한 연장선으로 파업까지 거론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파업까지 단행하겠다는 지금 분위기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금융에 인수가 됐다는 점을 인식하고 노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더 큰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게 은행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갔을 경우 은행권에 미치는 여파가 예상외로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조 측은 올해 투쟁자금으로 35억원을 확보했고, 60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준비가 돼 있음을 밝히며 외환은행이 국내 금융권의 외환결제시스템의 60% 차지하고 있어 파업 시 여파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장에 반응은 “불편할 수는 있겠으나 막대한 영향은 없을 것”이란 반응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현재 외환시장에 45개 정도의 기관이 참여하고 있고 그 중 외환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7~8% 정도”라며 “예전과 달리 기업들이나 은행들이 복수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