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모 크지 않지만 질적 악화…급격한 부실 우려
카드·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 급증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지만 해결책 찾기가 만만찮은 상황이다.
2금융권 가계 대출의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카드와 저축은행을 합쳐 38조원 수준이다. 450조원 수준인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에 비해 1/10 밖에 되지 않는다.
문제는 질적인 측면이다. 올해 경기 부진에 따라 2금융 대출의 주 이용자인 서민들의 경기가 더 악화되면 2금융권 가계 대출의 부실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국은 아직까지 여유로운 표정이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아직까지 안정적이라는 판단이다.
카드사의 경우 카드대출의 비중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낮아졌기 때문에 카드 대출의 부실이 확대되고 감내할 만한 여력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 2002~2003년 카드대란 당시 카드대출의 비중은 60∼70%에 달했지만 지금은 30∼35%로 줄었다.
저축은행의 경우도 전체 자산 60조원 가운데 가계 대출이 10조원으로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2금융권의 가계 대출이 향후 금융권의 부실 뇌관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금융회사의 취급 유인을 더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은행 가계 대출 억제로 인한 수요 측면의 풍선효과는 당국이 컨트롤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이에 따라 금리나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상향해 금융회사의 가계 대출 마진을 줄이면 2금융권도 자연히 무분별한 가계 대출 확대를 자제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현재 카드사,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저축은행 신용대출 등의 상품은 대표적인 고금리 상품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금리가 낮아지면 금융회사도 대손율을 낮추기 위해 자연히 대출 심사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카드 대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 이후 가계 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이도 했다.
특히 성장세가 무서운 저축은행 신용대출의 경우 올 상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끝나면 금리 인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대부업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근본적인 가계대출 해법은 일자리 창출 밖에 없지만 현 상황으로서는 여의치가 않다”라며 “가계 대출 금리를 낮추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지만 돈을 아예 못 빌리는 서민이 생긴다는 점도 당국의 고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