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내려논다”며 사실상 ‘야권 우세’ 지역 선택 한나라선 이정현이 유일하게 호남 출마
민주통합당 호남 중진 의원들이 잇달아 서울 등 수도권 출마에 나서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번 4·11 총선에선 민주당의 수도권 압승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득권을 내려놓기로 했다”는 등 화려한 수식어로 자신들의 출마를 ‘희생’인양 포장했지만 사실상 살아남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민주당은 호남 등 우세지역과 다선 의원을 공천 배제 대상으로 정해 이들 중진들은 사실상 물갈이 대상이다.
먼저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정세균 의원(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은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이곳 출마를 선언할 당시 “치열한 싸움의 한복판이 될 종로에서 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여론분석 업체인 P&C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종로는 치열한 경합지역이 아닌 ‘야권 우세’ 지역으로 꼽힌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을 역임한 3선의 김효석 의원(전남 담양·곡성·구례)은 “정권교체의 진원지로 만들겠다”며 서울 강서을에 출마키로 했다. 강서을 역시 ‘야권 박빙 우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전남 장흥·강진·영암이 지역구인 3선의 유선호 의원은 지역구를 낙점하진 않은 채 수도권 출마선언만 해둔 상태다. 그는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라는 시대의 과제 달성을 위해 본인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고자 한다”고 했지만 공천을 받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호남은 아니지만 4선 천정배 의원(경기 안산 단원갑)의 서울 동작을 출마도 평가절하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지도부 경선 출마를 위해 안산지역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그다.
최근에는 “수도권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 가운데 가장 센 인물과 맞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정몽준 전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라며 동작을 밭갈이에 나섰지만, 동작을은 ‘야권 확실 우세’ 지역이어서 일각에선 조소를 보내기도 한다.
중진들이 뒤늦게 출마 지역을 바꾸면서 해당 지역에서 뛰고 있던 예비후보들의 반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 의원이 뛰어든 동작을 지역위원장인 지난 24일 아예 기자회견까지 열고 “전·현직 중진의원을 자처하는 분들이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당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지역을 찾는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중진들은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은 차치하더라도 적진에 뛰어든 당내 다른 의원들의 행보와도 비교된다. 정동영 의원과 전현희 의원은 서울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강남을에 도전장을 냈고, 김부겸 의원은 한나라당의 철옹성인 대구 수성갑에 자진 출마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1일 기자와 만나 “지금도 지역구를 옮기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벙어리 냉가슴 하고 있는 의원들이 다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에선 현재 현역 의원 중 적진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비례대표인 이정현 의원 단 한 명밖에 없다. 이 의원은 광주 서구을에 둥지를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