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야권에서 검토 중인 ‘재벌세’는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킨다며 반대한다고 밝혔다. 재벌세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뛰어넘는 규제 혹은 중과세라는 것.
박 장관은 이날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각 정당의 대기업집단 때리기는 전 세계적 양극화에 대한 반작용의 측면도 있지만, 가진 쪽과 힘있는 쪽에 대한 지나친 질타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모기업이 자회사에서 받은 주식 배당금을 소득으로 보고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과, 재벌사가 금융기관 차입(대출)을 통해 계열사에 투자할 때 차입이자비용을 세법상 비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장관은 기존의 대기업관련 제도도 국제적인 수준보다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자회사에 대한 수입배당금의 익금불산입(소득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제도가 국제표준에 비해 지나친 측면이 있다. 차입금 가운데 주식취득에 사용된 부분에 대한 과세도 현재 국제기준보다 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집단의 자회사에 대한 지나친 남용을 억제하려는 조치로 도입된 제도들을 지주회사법 등을 통해 차츰 국제표준과 맞춰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일부 재벌 2~3세가 제과 등 소매업종에 진출하는 데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사업을 벌일 필요가 있어서 대기업이 참여한다면 모르지만, 일부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차원에서 전체 대기업집단의 네트워크와 브랜드를 활용해 소모성 업종으로 확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가계부채를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박 장관은 전체적으로 가계부채 총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속도는 현저히 완화했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중도 거의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 문제를 잘 통제해서 소프트랜딩(연착륙)시킬 수 있다고도 자신했다.
경기 저점을 묻는 말에는 올해 1분기 또는 2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장관은 “(저점이) 2분기 정도가 됐으면 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 불확실성은 1분기에 가장 크고, 그다음이 4분기 정도로 분석된다”며 “2~3분기는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