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뇌물수수 의혹에 이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 살포 파문이 확산되면서 결국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27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연초부터 부하 직원이 금품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며 "본인으로 인해 방통위 조직 전체가 외부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당하거나 스마트 혁명을 이끌고 미디어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정책들이 발목을 잡혀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최 위원장, 종편 성공 위해 총대매다= 방통위 안팎으로 최 위원장의 국회의원 돈봉투 살포 파문과 관련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정부 기관장들이 해당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시 거마비를 주는 관행은 지금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 측근인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이 국회 문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시점이 지난 2009년 7월 종합편성채널 출범 여부가 걸려 있는 미디어법이 직권 상정으로 통과된 직후라는 것.
미디어법은 신문·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신문법과 방송법을 포함한 것으로 지난 12월 개국한 종합편성채널을 탄생시킨 계기가 됐다.
실제로 최 위원장의 종편 성공을 위해 벌이는 과도한 행동들이 구설에 올랐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6일 현대자동차, SK텔레콤, KT 등 주요 대기업 광고담당 임원과 제일기획 담당자들을 불러놓고 “기업들이 어렵다고 광고를 줄이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 위원장은 광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광고는 비용이 아닌 투자다”, “광고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라는 등 광고의 의의에 대해 역설했다.
이와 관련 참석자들은 최 위원장이 종편에 대한 광고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청률 저조, 어처구니없는 방송사고 속출 등 사실상 실패로 판명 난 종편을 부양하기 위해 이같은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실상 종편은 최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이후 방통위가 기존 언론들의 반대와 수많은 민간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갖고 개국했다. 그러나 결과는 개국 이후 아마추어리즘과 시청자 외면 속에 사실상 일반 케이블 채널로 전락했다. 광고업계에서도 종편 광고 집행 계획들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품 수수 의혹으로 얼룩진 ‘방송통신 정책’=지난해 국내 통신업계서 최초로 시행된 주파수 경매는 높은 낙찰가로 인한 부작용에 금품수수 의혹까지 불거져 사실상 실패한 대표적인 통신정책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주파수 경매와 관련해 일부 통신사업자가 최 위원장에게 골프 회원권을 포함한 수억원대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방송정책에서도 금품수수 의혹의 지속적으로 불거졌다. EBS 사옥 부지 선정 연루설, CJ의 온미디어 인수관련 청탁설에 휘말리는데 이어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 김 모씨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진정서까지 검찰에 제출되는 등 연달아 비리 의혹이 터졌다.
특히 지난 26일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판결이 나오자 최 위원장은 다시한번 사퇴 위기에 직면했었다.
한편 지상파 재전송 중단과 관련해서 최 위원장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방송사상 유례가 없는 지상파 방송 중단사태가 벌어졌다”며 “.이런 심각한 시청권 침해사태가 발생한 지금 방통위는 방송중단 3일째에 가서야 전체회의를 열어 시정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무능과 안일함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방통위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지상파와 케이블의 협상이 무조건 잘 될 것이라며 시청자를 호도해 왔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불리며 2008년 3월부터 1기 방통위원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3월 2기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했다. 방통위는 최 위원장 사퇴 직후 홍성규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추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