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산은도 ‘불똥’…분사 힘들 듯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우리카드 분사에 대해 ‘승인 불가(不可)’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으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카드사업 분사를 추진해온 우리금융지주는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졌으며, 농협과 산업은행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빚 문제로 우리카드 분사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카드 분사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김 위원장이 카드분사 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우리금융의 카드사업 분사와 관련 “카드부문을 분리시켜 줄 생각이 없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데다 정부차원에서 직불카드(체크카드) 활성화에 발벗고 나선 마당에 카드 분사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금융 외에도 산업은행, 농협 등 카드 분사를 원하는 곳이 많은데 특정사만 분사 승인을 해주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우리금융의 카드사업 분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직접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자제를 촉구해왔지만 공식 입장을 드러내길 자제해왔던 그가 이날은 작심한 듯 딱 잘라 “안된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우리금융은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내달 레버리지 규제(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규모 제한) 등이 포함된 여신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카드 분사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결국 올 상반기까지 카드 분사작업을 추진하려던 우리금융의 대폭적인 전략 변경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금융당국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조만간 카드시장도 시스템적으로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당국을 계속 설득해 카드 분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당장 우리카드 분사에 제동을 걸었지만 올 3월 출범하는 농협지주, 산업은행의 카드사업 분사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들이 카드 분사에 나서려는 이유는 영업력 강화와 수익 확보 때문이다. 은행의 보호아래 카드 부문으로 있기 보다 독립법인이 되면, 영업력 등 경쟁력이 좋아지고 금융지주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KB국민카드 등 금융지주에서 이미 분리한 카드사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금융, 농협지주 등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미 카드분사 여부를 떠나 과당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가계빚과 과당경쟁을 이유로 이를 막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